백악관 행사에 마스크 안 쓴 68명 '북적'
뉴욕시장 후보는 맨해튼서 마스크 불태워
'정상화' 부각 의도… '시기상조' 비판도
미국 정치권이 앞장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참석자들로 백악관 행사가 북적이는가 하면 뉴욕시장 후보는 도심에서 마스크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잊어버리라고 부추기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안 서명식이 열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68명이나 되는 참석자가 거리 두기도 하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뒤 입법을 주도한 의원들을 불러 자기 뒤에 바짝 붙어 서게 하고는 법안에 서명했다. 백신 주사를 맞았다면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새 지침(13일 발표)이 연출한 풍경이다.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는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로 활약하다 최근 뉴욕시장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커티스 슬리워 후보가 마스크를 불태우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을 ‘마스크 해방의 날’로 선포한 슬리워 후보는 트위터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식당이나 바, 클럽에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뉴욕이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명성을 되살리지 않을 경우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롱아일랜드 사우샘프턴의 자기 해산물 전문점 앞에서 역시 ‘마스크 화형식’을 연 업주 재크 어뎀은 “좀비 유니폼 같던 마스크와 이제 이별을 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정상적인 인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성과를 부각하거나 정상화 분위기를 조성해 정치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의 이런 행위를 모두 좋게만 보는 건 아니다. 시민들 사이에는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의학계와 노동계는 특히 못마땅한 기색이다. 백신 접종 뒤에도 ‘돌파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마스크를 벗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노동계는 백신도 맞지 않고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필수 노동자들을 감염시킬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일각에서 최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 피해에 따른 동부 지역 주유 대란이나 고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덮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CDC의 마스크 규제 완화 결정에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렇게 서두르는 게 누구한테 도움이 되느냐는 의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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