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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수납도구 활용법

입력
2021.05.21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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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SNS에서 정리가 잘된 집을 보고 있으면 우리 집도 아닌데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아마도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볼 때는 우리 집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거나, 내가 몰랐던 정리 노하우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리하는 영상이나 사진 속에서 사용된 살림 아이템은 무엇인지,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사용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마치 영상 속 물건을 구입하면 정리가 잘되거나 살림의 여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나둘 구입하기 시작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하나둘 늘어나는 물건들은 주체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정리전문가로서 수납도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정리를 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납도구가 정리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소분 용기를 보고 있으면 “아! 내가 저 소분용기가 없어서 정리를 못 했던 거구나~ 당장 사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주문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주문하는 동시에 정리의 달인이 된 듯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실제로 수많은 고객 집을 방문해본 결과 정리전문가인 나보다 고객들이 더 다양한 수납도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수납도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베란다 또는 창고에 빛도 보지 못한 채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돈을 주고 구입했기 때문에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게 되면서 공간들이 하나둘 채워지게 된다. 정리를 위해 구입한 물건이 오히려 정리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수납도구를 구매해야 하는 것일까? 수납도구를 구입할 때는 두 가지 기준에 맞는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 첫 번째는 ‘무엇을 정리할 것인가?’이다. 정리하는 물건마다 사이즈가 다르고, 내가 갖고 있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어떤 것을 정리하기 위해 구입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어디에 정리할 것인가?’이다. 정리할 장소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려고 바구니를 구입했는데 막상 바구니가 들어가지 않거나 수납장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면 이 두 가지 기준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사람마다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고 집 구조, 사용하는 물건들이 다르기에 같은 물건을 구입한다 한들 똑같이 정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여배우가 광고하는 화장품을 구입해도 우리가 여배우가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수납도구를 샀는데도 왜 정리를 못할까 자책하는 일을 멈추기를 바란다. 내 삶에 소중한 추억을 쌓길 바라는 것처럼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내가 좋아하고 소중한 물건으로 하나둘씩 채워나가길 바란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리정돈이 아닌 나를 위한 정리정돈, 내 삶에 맞춘 정리정돈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얼마나 채워나가는지보다는 어떻게 채워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내 생활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생각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가보자.





김현주 정리컨설턴트·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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