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감축에 코로나19 사태로 설상가상
휴업 장기화 미군클럽 업주들 “생계 위기”
“미군들이 아예 보이질 않아요. 하루에 1만 원 벌기도 빠듯합니다.”
20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미군 2사단 앞 보산동 외국인 관광특구에서 40년째 옷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65)씨는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시행된 이후 매출이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며 이렇게 한탄했다. 그는 지난달 매출 40만 원을 찍었다고 했다.
이날 찾은 보산동 관광특구는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골목골목은 한산하다 못해 텅 비어 있었다. 미2사단 병력 감축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와중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덮치면서 역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외국인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곳은 미2사단 캠프케이시 맞은편 전철 1호선 보산역 뒷골목 200여m 거리에 조성돼 있다.
시와 상인들에 따르면 보산동엔 1980~90년대 음식점, 클럽 등 400여 개 점포가 성업했지만 주 이용객인 미군이 4분의 1가량으로 줄면서 현재는 220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이 중 절반가량은 폐업했거나 휴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특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미군들이 외출 제한 조치로 일과 시간 이후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리면서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여러 상점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말부터 보건방호조치를 격상, 영외 식당·클럽·술집 이용 등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미군클럽’이라고 불리는 유흥주점 골목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현란한 색상의 영어 간판을 단 클럽 40~50여 곳이 문을 걸어 잠근 채 휴업 상태였다. 이들 업소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따라 영업을 못하고 있다. 한 미군클럽 운영자는 “1년간 장사를 못해 업주 대부분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홍준 전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회장은 “자영업자에게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코로나 종식이나 집단면역 달성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