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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성윤', 해묵은 사건 남겨둔 채 서울중앙지검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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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성윤', 해묵은 사건 남겨둔 채 서울중앙지검 떠나나

입력
2021.05.24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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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등 통해서 조만간 교체 유력
'검언유착' 한동훈·'윤석열 부인' 사건 등
민감한 주요 사건 수사 여전히 '지지부진'
'택시 폭행' 이용구 차관 22일에야 첫 조사
"李, 직접 밀어붙인 사건들은 빨리 털어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인사 등을 통해 교체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이성윤 체제’에서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사건들의 수사 결과가 언제쯤 도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지검장이 민감한 현안 처리를 미룬 채 떠나고, 그 부담을 후임자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 지검장 부임 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주요 사건 상당수가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속도가 유독 더딘, 또는 최종 결론은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6개월 이상 본격적인 강제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거나, 사실상 수사는 끝났는데 처분은 내려지지 않은 사건들마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심지어 신임 검찰총장 취임, 그에 따른 후속 검찰 인사를 앞둔 상황에서도 새로운 기류는 감지되지 않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부분 검찰청에선 수뇌부와 수사팀이 바뀌기 전 예민한 사건 처리를 서두르는데, 중앙지검에선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기화한 대표적 사건은 지난해 4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다. 수사팀은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한참 전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올해 초부터 수 차례 불기소 방침도 보고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결재를 차일피일 미루며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8월 먼저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1심 선고가 다음달 18일인데도, 정작 한 검사장 공모 여부에 대해선 뚜렷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본격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 부인이 연루된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ㆍ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등이다. 같은 해 10월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 지휘권 박탈’을 골자로 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게 기폭제가 됐으나, 아직까지도 가시적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성윤 체제' 서울중앙지검에서 종결되지 않은 주요 사건들.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성윤 체제' 서울중앙지검에서 종결되지 않은 주요 사건들. 그래픽=김대훈 기자

수사팀은 현재 관련자 조사를 이어가기만 할 뿐 실질적인 강제수사에 나설 만한 단서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과세자료를 확보한 게 강제수사의 전부다. 애초부터 위법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일었던 걸 감안해도, 수사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나마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팀이 작년 말 연이은 압수수색으로 첫 걸음은 뗐으나, 유의미한 진술 확보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윤 지검장이 진두지휘한 사건 외에도, 제자리걸음만 걷는 수사는 상당수다. 지난해 1월 불거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사건은 올해 3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중단’ 권고 이후 2개월째 처분이 미뤄지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은 수사 착수 5개월 만인 22일에야 첫 피의자 조사가 이뤄졌다. 이마저도 경찰의 관련 수사 진행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지검장이 지휘를 회피한 ‘청와대발(發) 과거사 사건 기획사정’ 의혹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된 사건과 주요 피의자가 겹치는 현실에 비춰, 향후 수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이 지검장 개인의 의지로 주요 현안 수사가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다. 대검 수뇌부도 이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일선 검찰청 수장이 ‘책임 회피’로 비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선 우려가 많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감한 사건은 새 검찰총장 임명 후 보고를 거쳐 처리하는 게 오해의 소지가 적다고 판단했을 순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소한 이 지검장 체제에서 밀어붙였다가 ‘추가 수사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사건은 빨리 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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