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코로나19 QE 시작 이후 첫 테이퍼링 언급
시장이 예상 못한 '깜짝 언급'... 물가상승 우려
뉴욕 증시 이어 코스피도 하락 마감
"경제가 목표치에 빠르게 다다른다면, 향후 열리는 회의에서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1년 넘게 양적완화(QE)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처음으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을쯤에야 테이퍼링을 언급하기 시작할 것이란 기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빠른 움직임에 미국과 우리나라 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연준, 테이퍼링 첫 언급... 예상보다 경제회복 속도 빨라
1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회의록에는 테이퍼링 논의 시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구절이 담겼다. 지난달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FOMC 회의록에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미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0~0.25%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해오고 있다. 테이퍼링은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매입해오던 자산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는 조치를 뜻한다. 1년 넘게 이어지며 자산 가격을 띄우던 '무제한 돈풀기'가 조만간 끝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테이퍼링 언급은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뉴스'에 가깝다. 앞서 지난달 28일 파월 의장이 FOMC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테이퍼링에 대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한 만큼, 회의록에서도 기존 연준 입장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평균 2% 이상의 물가상승률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때까지는 현재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6.1%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준이 목표로 삼고 있는 '최대 고용(실업률 3.5~4%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성적표다.
예상 뛰어넘는 물가상승률에 연준도 태도 바꿀까
연준의 태도를 바꾸게 만든 변수는 3월부터 뛴 심상치 않은 물가로 지목된다. 연준이 FOMC 회의를 연 뒤 공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2%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준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던 물가상승 압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의록에서 일부 FOMC 위원은 "물가 상승의 원인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원자재 부족 사태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올해 이후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테이퍼링 언급에 다소 놀란 모습을 보였다. 통상 중앙은행이 시장에 푼 돈을 거둬들이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함께 걷히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 대비 0.48% 떨어졌고, S&P 지수는 0.29%, 나스닥은 0.03%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8%로 전날 대비 0.04%포인트나 상승했다.
간밤 뉴욕 증시의 영향을 받은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면서 전 거래일 대비 0.34% 하락한 3,162.28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13% 내린 7만9,500원에 마감하면서 사흘째 '8만전자'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단기간에 테이퍼링을 시행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관련 우려는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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