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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늘어도 남는 게 없어… 원자재 가격 폭등에 제조업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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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늘어도 남는 게 없어… 원자재 가격 폭등에 제조업 '울상'

입력
2021.05.20 12:52
수정
2021.05.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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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의, 100여 제조업체 조사?
수주량 증가했지만 수익은 없어?
제품가격 반영 못해 채산성 악화
“적극 영업 전략 마련 쉽지 않아”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최근 원유, 철강,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역 제조업들이 채산성 악화로 큰 애로를 겪고 있다. 특히 급등한 가격에도 불구, 일부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관련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상의(회장 장인화)가 지역 대표 제조기업 1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지역 제조업 영향에 대한 긴급 모니터링’ 결과 드러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사업체 대부분이 수익성 악화로 타격을 받고 있었다. 특히 최근의 가격 인상이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 지역 제조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제조업 원자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의 경우 지난해 5월 톤당 91.63 달러였던 것이 이달 13일 현재 기준으로 무려 159.3%가 오른 237.5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원유(두바이유 기준)도 같은 기간 무려 148.0% 급등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구리와 알루미늄 역시 96.7%, 68.3% 각각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이처럼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조사 기업들이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매출원가가 제품가격의 60% 미만이 유지돼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최근 매출원가가 60~65%를 웃돌고 있어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지난 1월 신조를 수주한 중소조선사 B사는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서 오히려 신조 수주가 악재가 되고 있었다. 조선기자재를 생산하고 있는 C사는 철강가격이 올라 이런 상황이면 올해 80억~1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기도 했다. 신발을 제조하는 D사도 최근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13% 정도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지역 제조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은 하도급을 중심으로 이뤄진 취약한 거래관계로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E사는 “차종별, 아이템별로 이뤄지는 계약 관행상 최초 공급가격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상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진기를 생산하는 F사도 “계약 후 납기까지 통상 2~6개월 소요되고 있어 6개월 전 계약 물량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료를 생산해 농가에 공급하는 G사도 “옥수수 가격이 최근 2배 가까이 올랐지만,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이처럼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재 수급에 애를 먹는 경우도 많았고, 원자재 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변해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마련하는데도 애로를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번 원자재 가격 상승이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지역 제조업 업황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계, 조립금속, 조선기자재 등 철강을 주원자재로 하는 업종에서 수급 애로를 크게 호소했고, 자동차부품 기업인 H사의 경우 물량이 늘고 있지만, 수익은 없고 일만 많아지는 상황에 적극적 영업을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선박용 실린더를 제조하는 I사의 경우 중국의 증치세 폐지로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올라 장기적으로는 제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거래 관계가 취약한 지역 제조업 구조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고, 상황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원부자재 수입관세 인하, 원자재 구매 금융지원 확대 등 현 상황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목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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