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5일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당시 45세) 박사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 박사의 승용차에선 A4 용지 5쪽의 유서가 나왔다. 그는 유서에 '한국 사회는 썩었다. 교수 한 마리(한 자리)가 1억5,000만 원, 3억 원이라는군요. 저는 2년 전 (교수 임용 대가로) 전남 모 대학에서 6,000만 원, 두 달 전 경기의 한 사립대에서 1억 원을 요구받았다'고 썼다. 그는 또 '조선대 B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박사 논문 1편, 한국학술진흥재단 논문 1편, 석사 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 논문 4편을 썼다. 같이 쓴 논문 대략 54편 모두 제가 쓴 논문으로 이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으며 세상에 알려 법정 투쟁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시간강사(문제)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교수 임용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는 당부로 유서의 끝을 맺었다.
그러나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서 박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사건을 무혐의 종결했다. 당시 시간당 3만4,000원의 강의료로 부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던 서 박사는 6개 대학을 돌며 시간강사로 뛰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보따리 인생'인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하지만 시간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른바 강사법)이 시행된 건 서 박사가 사망한 지 9년이 지난 2019년 8월이었다. 당시 조선대는 자의든, 타의든 강사법 시행을 놓고 '껄쩍지근한(꺼림칙하다의 전라도 사투리)' 관심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시간은 그렇게 또 흘렀지만 교육시민단체는 조선대를 향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0일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조선대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교원을 가장 많이 줄이는 등 강사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당시 김현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대학 교원 현황에 따르면 조선대는 그해 1학기 교원이 2,003명으로 전년도 1학기보다 236명이 줄었다. 이 가운데 전임 교원은 37명이었고,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전임 교원이 199명이었다.
시민모임은 "조선대는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 및 교수와 시간강사 간 갑을관계에 대한 반성은커녕, 시간강사 해고 위협으로 자유로운 비판과 학문의 혁신을 막아서고 있다"며 "오히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통해 정부의 재정 지원에 대한 욕심만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모임은 서 박사 사망 11주기를 맞아 21~25일 조선대 정문 앞에서 논문 대필 의혹 등에 대한 재조사와 총장 면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조선대가 학교의 아픈 역사를 반영해 자율성이라는 사립대의 기반 위에서 국공립대 이상으로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대학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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