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사들 "백신 접종 관광객 입국 허용"
英엔 '무늬만 개방'… 인도 변이 차단 명분
'너희가 닫으면 우리도 닫는다' 상호주의도
유럽연합(EU)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관광객을 상대로 입국을 허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초 EU 탈퇴(브렉시트)로 가깝고도 먼 이웃이 된 영국에는 예외적으로 까다롭게 굴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발(發) 변이 차단이 주요 명분이지만, ‘너희가 닫으면 우리도 닫는다’는 상호주의 원칙도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EU 소속 27개 회원국 대사들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비(非)회원국 관광객의 역내 입국을 허용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미국에서 감염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 시민은 여행할 수 있다”는 지난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EU는 21일 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승인한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2주가 지난 제3국 관광객은 조만간 EU 입국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EU가 지난해 3월 비필수적 여행을 금지하면서 국경을 걸어 잠근 지 1년여 만이다.
안건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어도 EU 입국이 허용되는 ‘화이트리스트’ 국가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재 기준인 인구 10만명당 최근 2주일간 신규 확진자 수 25명을 75명으로 상향하고 코로나19 감염률과 진단검사비율도 고려 사항에 포함하면 현재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7개국뿐인 해당 국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가 ‘관리’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문을 열자는 취지다. 물론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하지만 유럽대륙 관광 수요가 많은 국가들 가운데 의도적으로 영국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방안이 설계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전 장치’ 격인 조항 때문이다. EU는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코로나19 변이가 옮아올 가능성이 있는 국가발 입국자의 경우 ‘긴급 브레이크’를 통해 입국하지 못하게 할 계획인데, 이게 영국에서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19일 현재 영국에서 확인된 인도발 변이 감염자가 2,967명에 이른다며 “감염성이 더 강한 인도 변이가 곧 주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골적으로 영국을 겨냥한 조항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발표 합의문을 입수했다며 “(합의문에는) 비EU국이 검역이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의무 조치 없이 EU 시민의 입국을 허용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이 포르투갈을 제외한 모든 EU 회원국 출신 여행자들에게 10일간 격리 및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EU 출신 여행객에 대해 영국이 제한을 풀지 않는다면 EU 역시 영국인들에게 편의를 봐 줄 이유가 없다는 이른바 상호주의가 관철됐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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