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11년 차 근무한 간호사 A씨의 양심고백
"불법 의료라고 맞서면…의사들 '왜 너만 못 하냐'"
"몸에 관 연결하는 '침습 의료' 모두 의사 업무"
의사들의 업무 떠넘기기로 인한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한 간호사가 양심 고백을 했다. 대학병원일수록 불법 의료 행위가 심하고, 의사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편한 업무만 하자며 간호사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걸 공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환자들은 몸에 관을 연결하고 주삿바늘을 꽂는 침습 의료를 간호사의 업무로 알고 있지만, 의사들이 해야 할 업무라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11년 차 간호사 A씨는 19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와 수술을 잘하는 의사를 찾아오지만 막상 병원에서 의료 서비를 제공하는 사람은 대부분 의사가 아니기에 환자를 속이는 죄책감이 너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앞서 12일 보건의료노조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불법 의료행위 실태를 증언했다. 신변 보호를 위해 동물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했다.
A씨는 증언하는 이유에 대해 "불법 의료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가슴을 졸이며 숨어서 일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으로 피해받는 국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연했다"고 말했다.
타 병원 업무 떠넘기기도...공유 의사들 "너도 못 한다고 해"
A씨는 중환자실, 대학병원일수록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중환자실은 보호자나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환자들만 있어서, 대학병원은 의사들이 격무를 핑계로 간호사들에게 업무를 떠넘긴다는 것이다.
A씨는 의사들끼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불법 의료행위를 만드는 업무 떠넘기기를 아무렇지 않게 공유·자랑한다고 했다. 불법 의료행위라며 의사의 요구를 거부해 보고 다투기도 했지만, 그때 돌아오는 의사의 답은 '타 부서 간호사들은 해 준다는데 왜 우리만 안 해 주냐'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사들은 본인이 하기 싫어서, 또 바쁘다는 핑계로 업무를 모두 간호사에게 전가한다"며 "못 한다고 하면 '어느 부서는 해주는데 왜 너희는 안 해 주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의사들은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병원에서 우리는 이 업무가 힘들다고 얘기해 병원이 업무를 간호사한테 다 넘겨줬다. 너희도 못 한다고 해서 일하지 마. 너희는 편한 업무만 해' 이런 얘기를 한다"며 "이런 식으로 단톡방에 연락하면서 병원마다 간호사 업무로 넘겨주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간호사의 불법 의료행위로 팔이 괴사된 환자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혈압이 떨어져 의사에게 알리면 의사는 직접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동맥혈 검사를 하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며 "저희가 직접 본 환자분은 (동맥 주사를 잘못 맞아) 염증이 생겨 팔이 괴사돼 잘라내는 수술을 한 환자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불법 의료행위로 사고 나면 간호사에게 책임 전가"
A씨는 동맥 주사처럼 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관을 연결하는 '침습 의료'가 모두 의사의 업무라고 했다. 일반 환자들은 식사를 못 해 코에 관을 넣거나 소변을 못 봐 방광에 관을 넣는 시술, 관장, 동맥에 주삿바늘을 연결해 혈압을 측정하는 것 모두 간호사의 업무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 행위란 설명이다.
A씨는 "어떤 관을 넣는 모든 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게끔 돼 있다. 만약 간호사가 해도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서 함께해야 한다"며 "제가 알기로는 단독적인 침습 행위는 다 불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불법 의료행위로 의료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간호사가 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생기면 환자와 보호자한테는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힐 수가 없기 때문에 의사들은 간호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며 "의사들은 수간호사나 간호사 관리자한테 얘기해 반성문이나 시말서를 작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불법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 의료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부가 의료행위를 철저하게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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