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은 유난히 날씨 변화가 심하다. 잦은 비에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더위가 불과 며칠 간격으로 오락가락한다. '이른 장마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푹푹 찌는 폭염에 '여름을 준비해야 하나' 싶다.
화사한 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짙어가는 5월은 활동하기 좋은 날씨까지 더해져서 '계절의 여왕'으로 불린다. 1년 중 가장 맑고 화려한 시기지만, 올해 5월은 비가 자주 내리면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부터 18일까지 총 강수일 수는 11일에 달한다. 이틀 중 적어도 하루는 비가 온 셈이다. 지난 10년간 5월 한달 평균 강수일 수가 8.1일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빈도수뿐 아니라 강수량도 많다. 주말이던 15일과 16일 서울 지역에는 각각 15㎜, 66.9㎜가 내렸는데, 봄비 치고는 상당히 많은 양이다.
우중충한 날씨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돌풍과 우박이 찾아오기도 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한 시민들은 선별진료소 앞에 늘어선 우산 행렬을 보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탁 트인 야외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도 주말 내내 내린 비로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때마침 일본이 65년 내 장마가 가장 일찍 시작되고 우리나라도 봄비가 잦다 보니, 올해 이른 장마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역시 평년처럼 6월 중·하순에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5월 잦은 비의 원인은 장마전선의 형성과 무관한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자주 비를 뿌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궂은 날씨를 제외하면 초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친 날이 대부분이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에는 낮 최고기온이 각각 27.2도, 27.6도를 기록하는 등 평년 6월 하순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서울 청계천 냇물에 발을 담그거나 공원에 나온 시민들이 그늘막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여름 풍경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봄은 원래 기압대가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날씨 변화가 잦다. 올해의 경우엔 이동성 고기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강한 햇볕에 따뜻한 남풍까지 불면서 고온 현상이 자주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계절의 여왕'이 부리는 변덕은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가 그친 뒤에는 28일까지 아침 최저 13~18도, 낮 최고 기온은 19~31도로 맑고 포근한 날씨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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