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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영상 백업했다가 유출 초래… 전 연인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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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영상 백업했다가 유출 초래… 전 연인 배상 판결

입력
2021.05.19 19:13
수정
2021.05.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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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약속 어기고 클라우드 등 여러 매체에 저장
해킹 주장 불구 "동영상 유출 결정적 원인 제공"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 전경. 뉴시스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 전경. 뉴시스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삭제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클라우드 등에 보관하다가 외부 유출을 초래한 남성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6단독 박형순 판사는 A씨가 전 남자친구 이모(31)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김수윤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는 "동영상 유출자가 아닌 촬영자에게 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14년 5월 당시 남자친구였던 이씨가 여러 차례 동영상을 촬영하자고 제안하자 촬영 직후 삭제하는 것을 전제로 응했다. A씨는 이씨가 휴대폰에서 영상을 삭제하는 것을 확인했고, 몇 달 뒤 결별하게 됐을 때도 이씨로부터 "삭제했다"는 구두 확인을 받았다.

하지만 4년 뒤 A씨의 얼굴이 노출된 성관계 동영상이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와 여러 곳으로 퍼졌다. A씨는 "유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고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의 구글 드라이브와 네이버 클라우드, 외장하드 등에서 성관계 동영상이 발견됐다. 이씨가 휴대폰 촬영물을 구글 드라이브에 자동 저장되도록 설정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유포자라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동영상이 처음 게시된 사이트가 이미 폐쇄돼 최초 게시자를 찾을 수 없었던 데다 이씨가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의심스러운 로그인 시도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구글의 '중요 보안 경고' 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 이씨는 유포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다른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달랐다. A씨 측은 이씨에게 동영상 관리 책임이라도 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동영상을 삭제하기로 합의하고도 이를 위반해 유출을 초래한 이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출 경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피고가 해킹이나 분실 등으로 동영상이 유출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동영상을 여러 매체에 저장해 단순 부주의로 보기 어렵고 원고의 인격권과 사생활도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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