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4월 말 결정하고도 이달 중순 檢에 알려
형식도 '감찰 참고용' 공문...수사팀은 인지 못 해
檢, 두달간 주춤했던 '靑 기획사정' 수사 본격화
이규원 비협조 가능성·검찰 인사 등 악재 될 수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이 이첩한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ㆍ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남에 따라 검찰과 공수처 간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규원 검사와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여전히 ‘청와대발(發) 기획사정 의혹’ 사건을 쥐고 있어 공수처와 검찰에서 ‘투 트랙 수사’가 진행되게 된 셈인데, 최근 두 기관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공수처 결정을 기다렸던 검찰로선 이제 표면적으론 사건 본류인 이 검사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불가분의 관계인 두 사건 수사를 만약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상이한 방향으로 전개할 경우, 오히려 혼선만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호 사건 결정 탓에 '이규원 수사' 통보 미뤘나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검찰에 ‘이규원 검사 수사에 착수하니 감찰ㆍ징계에 참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건 지난 14일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이 이규원 검사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공무상 비밀누설)를 발견해 공수처에 넘긴 시점(3월 17일)으로부터 거의 두 달이나 지나서였다. 게다가 공수처는 지난달 말 이미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규원 검사의 명예훼손 혐의 및 ‘기획사정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2개월 동안 공전한 셈이 됐다. 검찰 내에서 “왜 공수처가 4월 말에 수사 개시 통보를 안 했는지 의문”이라는 불만이 거센 이유다. 특히 공수처는 검찰에 공수처법 대신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감찰 참고용’ 공문을 보냈고, 이는 대검 감찰부로 넘어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까지도 공수처의 수사 개시 결정을 모르고 있었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1호 사건’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으로 정할 때까지 이규원 검사 사건 수사 결정 통보를 미룬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내에선 1호 사건 상징성을 고려할 때, 검찰에서 이첩받은 사건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하나로 연결된 사건, 검찰과 공수처 '엇박자' 우려
어쨌든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주체는 적용 혐의에 따라서 공수처(허위공문서 작성 등)와 검찰(명예훼손)로 교통정리가 됐다. 이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관여 정황을 포착한 검찰 입장에선 기획사정 의혹 수사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이규원 검사가 연결고리인 두 사건을 검찰과 공수처가 제각각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호 협조를 낙관하기 힘든 탓이다. 그보다는 수시로 의견 마찰을 보인 두 기관이 엇박자나 불협화음만 빚을 공산이 더 크다.
그동안 ‘공수처 이첩’을 줄곧 요청했던 이규원 검사가 검찰 수사엔 비협조로 일관할 가능성도 높다. 그는 실제 주변에도 “검찰의 소환엔 불응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검찰로선 이 검사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핵심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인사도 변수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선 수사팀장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 수사팀 진용으로는 앞으로 한 달 정도밖에 수사할 시간이 남지 않게 된 것이다. 일선 검찰청의 한 간부는 “부장검사 교체가 수사에 악영향을 준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공수처 등 외부 요인으로 타이밍을 놓치고, 결과적으로 수사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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