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민간 등록임대주택(민간임대) 세제 혜택 축소를 둘러싸고 여당과 국토교통부가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업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아 집값이 올랐다며 혜택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가 필요하다고 맞선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 하락도 국토부의 반대 논리다.
일각에선 후보자 시절 "새로운 주택 정책은 없다"고 했던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여당과 대립하는 모양새가 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민간임대 세제 혜택 유지가 새로운 정책은 아니어도, 노 장관이 임기 초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제 혜택 폐지냐 유지냐, 갈림길 선 민간임대
19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민주당은 최근 민간임대 폐지 및 세제 혜택 축소를 두고 논의 중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민간임대제도가 현재와는 달라져야 한다"면서도 "제도 신뢰와 매물 유도라는 부분의 중간 사이에서 (여당과) 이견을 좁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민간임대 혜택 축소를 연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민간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 방안을 안건에 올린 상태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제공한 탓에 민간임대가 다주택자의 세부담 회피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배제된 민간임대사업자는 8만2,506명으로,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139만8,632가구였다.
국토부는 민간임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제도 폐지에는 사실상 반대하며 혜택 축소도 사실상 파기와 같은 효과이기에 신중한 입장이다. 노 장관은 후보자 시절에도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민간임대를 폐지하면 민간임대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임차인은 동일한 주택에서 장기 거주가 어렵고, 임대인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도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민간임대의 세제 혜택은 대부분 사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4년 단기임대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를 없앴고 장기임대 기준도 8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내년부터는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이 사라지며 양도세 공제 혜택은 6년 이상 임대해야만 받을 수 있다. 종부세 또한 2018년 9월 14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취득한 장기일반 매입임대 주택은 합산 대상이다.

장기 민간 등록임대주택 세제 혜택. 그래픽=김대훈 기자
시장 효과 미미...노형욱 주장 통할까
설령 세제 혜택을 추가로 없애도 집값 안정 효과는 불명확하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민간임대 혜택 축소가 이뤄진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민간임대 자동말소 대상 주택은 총 50만708가구였으며, 자진말소한 민간임대주택도 2만2,825가구였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매월 1% 이상 급등했다. 임대사업자가 민간임대를 말소한 뒤 주택을 매도하는 대신 보유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신뢰 하락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2017년 12월 민간임대사업자 혜택을 강화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불과 4년도 안 됐기 때문이다. 노 장관이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현 정부에서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등록임대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할 경우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힌 이유다.
전문가들은 민간임대가 전·월세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 만큼 정치권도 이런 순기능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공공임대사업자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사업자도 전세시장에 상당히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며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며 민간임대주택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간과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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