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허술한 단속 탓 8000명 불법 유입
"반군 지도자 치료 허락한 스페인에 보복"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스페인령 세우타에 이틀 새 8,000명이 넘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이 몰려들었다. 화들짝 놀란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불법 이민이 폭증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국경 경비를 강화라는 요구에도 모로코 측 반응은 심드렁하다. 어찌된 일일까.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모로코에 국경 존중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같은 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스페인과 ‘완전한 연대’를 약속한 뒤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불법 월경을 막아달라며 모로코 정부에 적극적인 국경 통제를 요청했다. EU가 깜짝 놀란 것도 이해할 만하다. 모로코 북쪽과 맞닿은 세우타ㆍ멜리야는 아프리카 대륙과 국경을 맞댄 유일한 EU 영토이다. 때문에 안락한 삶을 꿈꾸는 이주민들이 수시로 몰려들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원이 국경을 넘은 적은 없다.
그러나 모로코 정부는 거듭된 압박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신은 그 이유를 스페인과 모로코의 정치적 갈등에서 찾는다. 영국 BBC방송은 “모로코 당국이 자국 반군 지도자의 치료를 허락한 스페인에 일종의 보복 차원에서 월경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지난달 모로코 반군인 폴리사리오해방전선 지도자 브라힘 갈리의 입국을 허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갈리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혜택을 준 것이라 강변했으나 모로코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폴리사리오해방전선은 오래 전부터 서사하라 지역을 모로코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무장 투쟁을 일삼았다. 여기에 서사하라가 1975년까지 스페인에 속했던 영토란 점도 모로코가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런 역사적ㆍ정치적 앙금이 혼재돼 모로코 측이 일부러 국경 경비를 느슨하게 했다는 결론이다. 스페인 언론도 세우타에서 국경을 넘으려 바다를 헤엄치는 이주민들을 모로코 국경경비대가 구경만 했다고 전했다.
양국의 감정 싸움에 피해를 보는 건 이주민들이다. 무리한 입국 시도 과정에서 적어도 한 명이 숨졌고 상당수는 저체온 증상을 겪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입된 이주민 중 미성년자도 최소 1,500명에 달한다. 스페인 당국은 일단 국경을 넘은 이들의 절반을 모로코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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