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상자 절반 24만원, 상위 1%는 1억원 이상
민주당도 종부세 기준 상향 부정적 기류
더불어민주당에서 논의됐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상향 방안이 갈수록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당내 유력인사들의 입장이 강경한 데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종부세 폭탄’이 현실과 다르다는 근거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0년 고지 기준 종부세 백분위 자료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절반은 1인당 24만 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비해 세액이 평균 4만5,000원 늘었다.
하위 20%의 종부세는 평균 8만2,000원, 10%는 3만8,000원에 그쳤다. 반면 상위 10%는 1,992만 원을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1%만 따지면 평균 종부세는 1억1,801만 원에 이른다.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부유세 성격으로 설계된 종부세의 취지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은 셈이다. 고용진 의원은 "종부세 폭탄론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05%나 급등해 종부세 논란이 유독 뜨겁다.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1가구 1주택자 대상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 원 초과 주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52만5,000가구로, 지난해 30만9,000가구보다 70% 늘었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여섯 가구 중 한 가구가 종부세 대상이라 서울을 중심으로 민심이 들끓었다. 그 결과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송영길 대표는 기존 정책 기조를 뒤집는 규제 완화 카드를 대거 꺼냈고, 민주당 소속 서울 7개 구 구청장들도 민심 이반을 우려하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종부세는 당장 손보지 않고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상한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과 장기 거주자, 은퇴자에 대한 세금 완화 정도만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전날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종부세 기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려왔던 분들은 거꾸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최근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 보유세 강화라는 정부의 부동산 기본 정책 방향과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콘크리트 지지층과 지지세력을 의식해 민주당이 섣불리 안 움직일 것”이라면서 “(종부세 납부 고지 시기인) 11월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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