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해봤자 대법서 파기"?
"조서 등 소송기록만 본 판사가
사실 인정 문제까지 건드려" 비판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하급심의 무죄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유죄 취지 판결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창국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18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대법원 스스로 일을 줄여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아예 단심제로 하든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성폭력 사건 담당 1·2심은 (지금) 아우성으로 무죄 판결을 해봤자 대법원에서 파기된다는 자조가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특히 “대법원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법원 스스로 일을 만들면서 일이 많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소송법에 정해진 상고 이유를 넘어 사실 인정 문제까지 자꾸 건드리니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장 부장판사는 이를 ‘하급심에 대한 대법원의 불신’으로 해석했다. 그는 “피고인과 증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억울함 호소와 눈물, 표정을 본 판사와 그렇지 않고 조서를 비롯한 소송기록만 본 판사가 있다면 누구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할까”라며 “사실 인정 문제에 관해 대법관님들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잠깐 내려놓으시고 하급심을 믿어 달라”고 적었다.
장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법률심 역할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지켜졌는지만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부장판사는 “(그것이) 하급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하급심의 의욕도 꺾지 않으면서 대법원 일도 줄이는 게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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