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문계 반발 초래할 당내 쇄신 요구
청년, 원로, 비주류 등이 발신할 자리 마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쇄신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제3자의 발언 자리를 만들어주는 이른바 '간접화법' 정치를 펴고 있다. 당 주류인 친문재인계와 충돌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외부의 쓴소리를 바탕으로 쇄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당 지도부가 마련한 외부인 초청 행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참석자들의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강성 친문계는 당내 비판 목소리에 "내부 총질하지 말라"는 논리로 압박해 왔는데, 외부 비판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로 비판하기 어려운 탓이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마련한 행사 자체를 비판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성년의 날을 맞아 지난 17일 열린 20대 초청 간담회가 대표적이다. 한 청년 참석자는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하느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엔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느냐가 더 비하"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의원이 같은 발언을 했다면 '문자 폭탄'이 쏟아졌겠지만 20대 유권자 의견인 관계로 탈 없이 넘어갔다. 송 대표도 "뒷세대의 비판에 기꺼이 길을 열어주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쇄신을 위한 채찍으로 받아들였다.
친문계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부동산 보유세 완화 요구도 초청 행사 형식을 취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했다. 당대표 직속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17일 서울시 구청장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는데, 다수 참석자가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완화 등을 요구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주민들의 세금 불만을 가까이서 듣는 구청장들이 세 부담 완화론을 펴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지지층에 매몰되면 안 돼" 조언 나오게 당 원로 모시는 행사 열어
송 대표가 간접적으로 '쇄신 메시지'를 발산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13일 당 원로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지층에 매몰되지 말고 외연을 확장하는 정치를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또 청와대 개각에 따른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일자, 송 대표는 직접 낙마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8개월간 열리지 않던 대면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그러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일부 후보자는 포기해야 한다"는 비주류 의원들의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박준영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이어질 수 있었다.
송 대표의 '간접화법' 효과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당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친문계 주장에 눌려 있던 비문계 의견에 확성기를 달아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송 대표는 친문계와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 불필요한 당내 분란을 줄일 수 있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다양한 소통 기회를 마련해 이를 통해 혁신 동력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라며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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