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종사자가 중증장애인 학대
시민단체 기자회견 예고하자 돌연 퇴사
150명 거주 경산 최대 장애인복지시설
과거 부실급식 등 인권유린 반복 '말썽'
경북 경산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생활지도원이 17세의 중증장애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주방 싱크대에 머리를 집어넣고 물고문하듯 학대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인 경산시는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가해자가 퇴사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지역 장애인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경산지역 16개 장애인·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18일 오전 11시 경산시청 앞에서 ‘장애인 학대 시설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투단은 "지난달 중순 경산의 S장애인시설에서 종사자가 장애인을 물고문하듯 학대했고 해당 사회복지법인이 사실을 알면서도 관리감독 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며 "직접 학대 행위를 한 가해자 외에도 당시 상황을 보고 방조한 종사자가 3, 4명 더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투단은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경산시에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장애인시설을 감독하는 경산시가 즉각 나서 조사해야 하는데도 피해 장애인을 가해자와 분리하는 긴급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수년간 인권유린이 반복되는데도 감독을 소홀히 한 경산시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산시에 따르면 전날 S시설을 방문, 지난달 중순쯤 시설 종사자가 17세 장애인에게 물고문식의 학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종사자가 전날 돌연 퇴사했고, 피해자가 중증장애인이어서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기억하지 못해 자세한 사건 경위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경산시 관계자는 "종사자 3, 4명이 학대를 말리지 않고 방치했다고 하나 당시 근무자가 누구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며 "장애인을 학대한 가해자는 징계를 받은 것은 아니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고 관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투단 박재희 활동가는 "S시설은 경산지역 최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인데도 냉난방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거나 부실한 급식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경산시는 이번 학대 사건을 계기로 S시설에서 인권유린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수조사 등 철저히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S시설은 1955년 설립된 중증장애인 생활시설로, 현재 장애인 150명과 종사자 100명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보조금 38억8,000여만 원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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