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심이 많던 한 소녀가 뮤지컬 '캣츠'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어 공연이었지만 자막은 필요 없었다.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말투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막이 내린 후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대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
박주현의 이야기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래가 는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연기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배우가 됐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을 만난 박주현은 "운명이라는 게 있는 듯하다"며 지난날을 돌아봤다.
괴물 신인의 고민
박주현의 별명은 '괴물 신인'이다. 지난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우스'에서도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아픔을 갖고 있는 아동 성범죄 피해자 오봉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공감과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박주현은 "나와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대본을 받는 순간 빠르게 읽었어요. 재밌었거든요. 오봉이한테 마음이 많이 갔어요. 이 친구는 꼭 내가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봉이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대본에 나오는 얘기는 아닌, 문득 하게 된 생각"이라고 운을 뗀 박주현은 "오봉이가 예전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 '누구누구 사건'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지 않으냐. 그래서 이름을 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하 17도의 추위 속에서 비를 맞았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너무 힘들었는데 동료들이 있어서 버텼다"고 밝혔다. "선배님들이 '우린 전우고, 다른 드라마의 배우들과는 달리 전쟁을 함께 치렀다'고 해요.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고, 서로를 보듬어주려고 노력하죠. 애틋함이 커졌어요."
백상예술대상의 의미는
박주현은 2021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간수업'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마우스' 촬영을 했다. 끝나자마자 다시 촬영장에 갔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마우스'의 모든 분들이 축하해 주셨다. 축하를 역대급으로 많이 받게 해준 상이다. (이)승기 오빠와 (이)희준 선배님은 본인 일처럼 기뻐해 줬다. 많이 감동받았다"고도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에도 무언가가 차오르는 걸 느꼈다. 박주현은 "어머니의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니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가 되라는 뜻으로 상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박주현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도 백상예술대상에서 만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송중기 선배님이 정말 멋지시고 매너도 좋으세요. '파트너까진 아니어도 괜찮으니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목표는 제2의 김혜자
"시청자분들이 내가 출연한 작품을 재밌게 봐주시는 것만큼 큰 힐링이 없다"고 말하는 박주현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흥행 여부를 떠나서 끌리는 작품, 캐릭터가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정말 많다. 손 떨려서 못 볼 정도로 무서운 스릴러, 가슴 절절한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예능에 대한 관심도 엿볼 수 있었다. "바쁠 때도 불러주시면 가겠다"는 말을 통해서다. 박주현은 "(이)승기 오빠가 '예능을 참 잘할 것 같다'고 해줬다"며 "나 또한 예능으로 많은 에너지와 웃음을 얻는다"고 밝혔다. "작품이 끝난 여유로운 시기에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그의 롤모델은 국민 배우 김혜자다. "존경하는 선배님이에요.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하셨는데도 계속 노력하시잖아요. 노력의 흔적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걸 보며 '이보다 더 멋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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