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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에 발목 '안기부 불법구금' 피해자들… 대법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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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에 발목 '안기부 불법구금' 피해자들… 대법 “청구 가능”

입력
2021.05.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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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 받은 장의균씨에 대한 국가배상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등이 장씨의 유죄 증거를 찾으려 불법구금했던 다른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권 시효도 ‘장씨 재심 무죄 확정’ 이후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장씨와 가족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장씨에게 3,5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 사건에 휘말려 안기부 등에 불법감금을 당한 장씨 부인 윤혜경씨와 한모씨의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 보냈다.

장씨는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재일조선인들과 접촉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1987년 구속기소됐다. 안기부 내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로 내놓은 허위 자백이 근거로 쓰여 장씨는 징역 8년을 확정 받았고, 1995년에 만기출소했다. 당시 장씨의 간첩 혐의 관련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윤씨와 민주동우회 간사였던 한씨도 영장 없이 불법 감금됐고, 한씨는 잠 안 재우기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장씨는 출소 후 재심을 청구했고, 사건 발생 30년 만인 2017년 12월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장씨와 가족 등은 이듬해 5월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당시의 시대적·정치적 상황에 비춰보면 장씨와 가족들이 간첩이라는 오명을 쓰고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 장씨에게 8억 원, 윤씨에게 2억 원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깨고, 장씨에게 앞서 지급된 7억6,000만 원 상당의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윤씨와 한씨가 ‘불법구금 피해자’로서 청구한 위자료는 소멸시효가 ‘불법구금 상태가 해소된 당시(1987년 7월 말)부터 3년간’만 유효하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했다. 국가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유효하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장씨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윤씨와 한씨가 독자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긴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씨와 한씨의 진술이 장씨의 유죄 증거로 쓰였다가, 30년이 지나서야 재심을 통해 ‘장씨의 무죄’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공적 판단이 나온 만큼, 이들의 배상청구권 소멸시효도 재심확정일인 2017년 12월을 기점으로 계산하는 게 옳다는 취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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