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소파 등 "기왕이면 비싼 걸로"
신혼부부 객단가 상승에 바빠진 유통가
'희귀템' 들이고 할인 프로모션도
오는 29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랑 김모(32)씨는 아직 예상 하객 명단도 확정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올렸어야 하는 식을 미루고 미루다 다시 잡았는데 구체적인 인원제한 가이드라인은 이번 주말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코로나19 종식 후에 떠나려 했던 해외 신혼여행은 아쉬운 대로 제주도로 선회했다.
예상보다 식장과 신혼여행에서 예산을 아낀 대신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한 신혼집에는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김씨는 "작년만 해도 코로나가 곧 끝날 거란 희망에 나중에 해외여행 때 쓸 생각으로 아껴뒀다"며 "이젠 차라리 더 좋은 가전제품을 사고 집을 예쁘게 꾸미고 살자는 생각이라 예정에 없던 식기세척기도 눈여겨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예비부부들의 간소한 결혼식이 혼수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5월은 본격적인 웨딩시즌이라 고가의 가전제품, 인테리어 용품 등의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구매 단가가 높았던 신혼부부의 소비가 예년보다 더 활성화되자 유통업계는 할인 프로모션, 품목 다양화 등으로 분주하다.
17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 3, 4월 프리미엄 가구와 주방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1.1%, 15.2%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이 소파나 침대도 고가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도 1~4월 전체 리빙 상품 매출이 30% 늘었고, 그중에서도 고가의 해외 브랜드 매출은 70% 급증했다.
G마켓에서는 결혼식 관련 용품과 혼수용 상품이 정반대의 지표를 그리고 있다. 1~4월 혼수용 가구와 가전 평균 구매단가(객단가)는 22% 증가한 반면, 웨딩슈즈와 웨딩카 장식용품, 코르사주, 부토니에르 등 결혼식 준비 용품은 36% 감소했다.
객단가 증가세가 두드러진 혼수용품은 TV로 증가 폭이 47%를 기록했다. 지난해 TV에 100만 원을 썼다면 올해는 147만 원짜리 제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G마켓 관계자는 "웨딩용품 판매량 자체는 늘었는데 객단가는 줄었고 혼수 상품은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인덕션, 의류관리기 등의 객단가가 모두 올랐다"며 "검소한 웨딩을 하는 대신 혼수에 지갑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에서도 올 1월~5월 9일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 판매량이 최대 4배 가까이 늘었다.
유통기업들은 재빨리 혼수용 인기 상품 물량을 늘리며 대응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국내에서 찾기 힘들어 직구로 구매해야 했던 유럽 브랜드 조명, 액자 등을 모은 편집숍 '탑스 메종'을 18일 인천터미널점에 열고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팝업행사를 열어 청첩장 등을 제시하는 고객에겐 추가 할인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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