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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위로" 천만명이 본 장애 자녀 육아 일기

입력
2021.05.20 14:00
수정
2021.05.20 16:3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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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열무와 알타리' 이유영 작가 인터뷰
'발달장애 쌍둥이 형' 둔 가족 일상 소재로 인기
장애 아동 육아 정보 구하는 독자 문의도 많아
"나만 겪는 일일까 싶을 때 힘 됐으면"

편집자주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의젓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이들의 불안한 삶을 지탱하는 건 가족의 안간힘이다. 국내 장애인 규모가 등록된 인원만 해도 262만 명이니, 이들을 돌보는 가족은 못해도 1,000만 명을 헤아릴 터이다. 장애인 가족의 짐을 속히 덜어주는 것만큼 시급한 국가적 과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 다음 카카오페이지 제공

웹툰 '열무와 알타리'. 다음 카카오페이지 제공


"모든 아이가 그렇게 크는 줄 알았다.
열무와 알타리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열무와 알타리' 프롤로그

이유영(38) 작가의 웹툰 '열무와 알타리'는 이씨 가족이 주인공이다. 작가 본인과 남편 토토씨, 그리고 여섯 살짜리 일란성 쌍둥이 아들 열무(형)와 알타리(동생)까지. 이 웹툰이 다른 육아 웹툰보다 특별한 건 열무 이야기 때문이다.

열무는 출생 직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로 인한 발달 지연으로 지금은 하루에 몇 시간씩 재활치료를 받는다. 화가 나거나 원하는 게 있어도, 동생과 달리 자기 의사를 말 대신 눈과 표정을 통해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씨는 이런 열무가 있는 가족의 일상을 2019년 12월부터 웹툰으로 그리고 있다. 연재한 지 1년여가 흐른 지금, 이 웹툰은 20일 기준 누적 조회수 1,624만 회를 넘겼고 평점 9.9점을 기록하는 등 인기작 반열에 당당히 올라있다.

'우리'가 공감할 이야기 만들고 싶었다

아이의 장애를 주제로 일상툰을 그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행복한 순간이 아닌, 힘들어하는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 걸 피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작가는 수많은 장애 부모에게 공감을 건네고자 펜을 들었다.

지난 4월 본보와 만난 이씨는 "열무가 재활병동 생활을 하고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만나게 된 부모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과 내 삶이 별다르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꼭 무인도에 떨어진 느낌이 들고, '왜 내 아이에게 장애가 생겼을까' '나만 겪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 일상툰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열무(왼쪽)와 알타리. 이유영 작가 제공

열무(왼쪽)와 알타리. 이유영 작가 제공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상이었지만 스스로 무언가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이씨를 웹툰 작가로 이끌었다. 출산 전 게임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는 열무를 돌보면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과 이야기하고 그들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걸 확인하면서 위로받은 경험을 떠올렸죠.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열무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는 세상 왔으면"

장애 자녀 육아라는 '신선한' 소재에 진솔한 체험담을 담고 있다 보니 웹툰 독자 중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댓글로 '정보'를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씨는 "대부분 장애인을 만나본 적도 없는 가운데 장애 있는 아이를 얻게 되는지라 아이를 위해 어떤 계획을 짜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인지 웹툰을 보고 '재활병동에 들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거나 '장애 진단을 받은 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열무 이야기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씨의 보람이다.

장애 아동 가족뿐만 아니라 미혼 남녀에게도 인기를 얻어 '천만 웹툰' 경지에 올랐지만, 이씨는 그래도 이 웹툰이 조금 더 퍼졌으면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다. 그는 "장애 가정은 굳이 자기 사정을 알리려 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비장애 가족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내 이야기가 알려져 '이런 가정도 있구나' '이렇게 아이를 키울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아가 이씨는 아이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웹툰에는 꽤 커진 몸을 유모차에 실은 채 허공을 응시하는 열무를 보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한다. 요즘 이씨는 형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알타리에게 상황을 잘 받아들이게끔 돕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아이에게 "사람마다 키가 다르듯이 장애도 서로 다른 특성 중 하나"라고 말해준다고 한다.

이씨는 "앞으로도 장애 가족에 대한 편견을 계속 겪어야겠지만 조금씩 바뀌길 바란다"며 "우리가 특별한 가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평범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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