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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라는 이름의 무게감

입력
2021.05.15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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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앞두고 13일 대전 서구 둔산초 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드릴 손편지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스승의 날을 앞두고 13일 대전 서구 둔산초 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드릴 손편지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배움이란 끝이 없는 일이다. 성장기나 배움의 때에 있는 이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분을 ‘선생, 스승, 교사, 강사, 교수’ 등으로 부른다. 때마침 스승의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어서인지 ‘스승’이 무슨 뜻인지, ‘선생’과는 뭐가 다른지 묻는 외국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심지어 “선생님, ‘스승님’이 더 좋은 거예요? 그러면 저 오늘부터 스승님이라고 말해야 해요?”라고 묻는 학생도 있다.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한국인 중에서도 ‘가르치는 분’을 부를 때 눈치를 보는 대학생이 많다. 대학교에서는 선생님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는지 ‘선생님’이라 했다가 급히 ‘아니, 교수님’이라며 바꾸는 경우도 많다. 언젠가는 수업을 마친 후 ‘강사님’이라 부르며 나오는 학생도 있었다. 강사란 ‘위촉을 받아 강의를 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님’만 붙인다고 호칭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왔기에 ‘강사님’을 쓴 것이라면 중고등학교 선생님께는 ‘교사님’으로 불렀을지 궁금했다.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또는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말맛이 달라진 면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이란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에 있는 이들의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말이다. 한편 ‘교수’는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대부분의 교수는 평생을 그 분야의 연구와 교육에 바치고 있으므로, ‘교수님’은 전문가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처럼 선생, 교사, 강사, 교수 등은 직업을 이르기도 하고, 그중 일부는 관계를 드러내는 말로도 쓰인다. 대학생이 제자로서 호칭어를 쓴다면 ‘선생님’과 ‘교수님’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전문가로서의 호칭어로 부르는 쪽이 낫다고 본다.

무협 영화에는 물지게를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련생이 종종 나온다. 학교라는 곳은 긴 시간 학생으로서 경험하는 수련장과 같다. 맞는 것만 골라내는 곳이 아니라 맞고 틀림을 근거와 함께 논할 수 있게 되기까지, 공부란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곳이다. 생각해 보면 물지게를 진 수련생 이상으로 단련을 무수히 받았는데, 선생님은 그곳에서 학생과 교감하면서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분 중에서도 추억 사진처럼 간직된 분은 누구인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내 성장에 크게 영향을 주신 분, 우리는 그분을 이를 때 ‘스승님’이라 한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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