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국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살포한 직후인 지난달 말 군사분계선(MDL) 인근 군부대의 고사포 등 장비를 평시보다 남쪽으로 전진 배치했다. 남측에서 전단을 날려보낼 경우 응사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입장문에서 "정보당국 보고에 의하면 북한의 대응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그간 남측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2014년 10월에는 탈북민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해 한국군이 이에 맞서 대응사격을 한 전례가 있다. 군 소식통은 "그때와 비슷한 정황"이라면서도 "전단 살포가 있을 때 종종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 왔고 임박한 발사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측은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대북 군사정보 사안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대응 조처로 준비했던 '대남 삐라'를 내려 보내기 위한 실무 준비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30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전단 50만 장을 북한에 날려 보냈다고 밝히자, 이틀 뒤인 이달 2일 담화를 내고 "남쪽에서 벌어지는 '탈북자'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상응한 행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를 공개 비판한 것도 북한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고, 오는 21일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북미 간 대화 복원을 시도하는 시점에 북한이 대북전단을 명분으로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협상의 판이 깨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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