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서 "도지코인 거래 효율성 개선"
테슬라 車 비트코인 결제 중단 하루만
테슬라 주가마저 하락하며 역풍 커져
결국은 ‘도지코인’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잘 짜여진 각본이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말 한 마디로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에 폭탄을 투하한지 하루 만에 이번엔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섰다. 그간 화려한 입담을 앞세워 투자 열풍을 부채질했던 머스크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코인 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불신은 암호화폐 분야를 넘어 증시 등 전통적 금융시장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도지코인)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 작업은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주장했다. 트윗 직후 도지코인 가격은 0.42달러에서 0.50달러(코인마켓캡 기준)로 17% 뛰었고 이날 꾸준히 상승폭을 키웠다.
그간 머스크가 ‘도지코인 아빠(도지 파더)’를 자처하며 애정을 보여온 만큼 이번 발언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문제는 시점이다. 전날 그는 트위터에 “테슬라의 비트코인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 3월 24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지 50일만의 결정이다. 전기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게 이유다.
갑작스런 ‘머스크 쇼크’에 비트코인 가격은 즉시 10% 넘게 폭락했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400조원 이상 증발했다. 때문에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대체할 암호화폐로 도지코인을 염두에 두고, 곧바로 의도적인 띄우기에 나섰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소유한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에 역풍으로 돌아왔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전날보다 3.09% 하락한 571.6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이날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장중에는 5.40% 하락한 559.65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애플(1.79%), 마이크로소프트(1.69%), 페이스북(0.90%), 알파벳(1.31%) 등 주요 기술주가 1%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테슬라만 나 홀로 역주행을 했다. 특히 테슬라 주가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7일 종가(672.37달러)와 비교해 14.9%나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 이후 테슬라 주식이 최악의 주간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을 둘러싼 머스크의 갑작스런 입장 번복이 암호화폐 투자자들뿐 아니라 테슬라 주식투자자들에게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결제 중단이 테슬라의 성장 궤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월가가 위험 자산에 대한 엄청난 매도 압박을 받는 시점에서 (테슬라 주가에) 변동성이 더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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