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딸 생명을 원망 해소 수단으로 삼아"
친모 "혼자 보내 너무 미안하다. 죗값 받겠다"
동거남 충격에 극단 선택 …딸은 '무명녀' 기록
사실혼 관계였던 남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키우다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호성호)는 14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거남이 딸만 사랑하고 경제적 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자 복수심과 원망으로 동거남이 가장 아낀 딸의 생명을 빼앗았다"며 "딸의 생명을 원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일 동거남에게 온종일 심부름을 시켜 집에 찾아오지 못하게 하고 범행 이틀 후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만나기도 했다"며 "충격을 받은 동거남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범행 전후 정황을 종합했을 때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동거남이 큰 충격을 받게 하려는 복수의 일환으로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 유족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당시 왼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온 A씨는 "딸아, 혼자 보내서 너무 미안해. 죗값 다 받고 엄마가 가면 그때 만나자"고 최후진술을 했다.
A씨는 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잠자고 있던 딸 B(8)양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딸 시신을 침대 위에 방치하다가 일주일 만인 1월 15일 오후 3시 37분쯤 “아이가 죽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 후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구조됐으나 왼쪽 다리 등을 다쳤다. 구조 다음 날 퇴원한 A씨는 구속됐다.
숨진 B양과 그의 친부 C(46)씨의 시신은 1월 19일 인천가족공원에서 화장됐다. C씨는 1월 15일 오후 10시쯤 인천 연수구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 사망 사실을 전해 듣고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은 출생신고가 안 된 데다 A씨가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기초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이 그 존재를 알지 못했다. B양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지만 학교는커녕 어린이집도 다니지 못했다.
A씨와 C씨는 2013년 B양을 낳았으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A씨가 전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혼부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경우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사유를 소명해야 해서 신고를 기피한 것으로 보인다.
B양은 사망 후에야 출생신고가 됐다. 검찰은 A씨를 대리해 출생증명서 등을 갖춰 출생 신고를 마친 뒤 사망 신고도 같이 했다. 출생신고서에는 B양이 생전에 불리던 이름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출생신고 없이 살해된 B양은 사망진단서에도 ‘무명녀’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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