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쟁의권 합법적 획득
18일 집회 시작으로 쟁의활동 논의할 계획
작년 5월 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폐기'
전자, SDI 등으로 노조 영향력 확대 주목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 그룹 가운데선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선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을 포함해 그룹 내 계열사 전반으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과 관련해 양측의 이견이 크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파업을 포함해 합법적인 쟁의권도 확보했다. 언제든지 장외투쟁 등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노조원 쟁의활동 찬성 71.8%…"18일 집회 시작"
노조는 지난해 실적 등을 근거로 기본인상률 6.8%와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진은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본 인상률 4.5% 이외에는 어렵다고 맞섰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일 중노위에 조정 협의를 신청한 바 있다.
중노위의 조정 중지에 따라 노조는 조만간 단체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미 노조는 지난 4~7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재적 대비 71.8%의 찬성표도 얻어 놓은 상태다. 현재 조합원은 전체 직원의 10% 수준이다. 노조 관계자는 "18일 집회를 시작으로 쟁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 천천히 계획할 것"이라며 "파업까지 포함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임금 협상은 보통 사측과 임직원 대표로 이뤄진 노사협의회에서 논의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노조가 발족하고, 그해 5월 이 부회장이 삼성 그룹 내 노조 활동을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올 1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계열사 중 처음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추진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공장 한 번 멈추면 피해 막심"
이번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의 움직임에 삼성그룹 내 계열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2019년 11월 조합원 400명으로 시작한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4,000명을 넘어서면서 세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에스원·삼성화재·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삼성웰스토리·삼성생명 등 8개 노조는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금속삼성연대)를 구성하고 그룹을 상대로 공동 대응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자산업 특성상 파업까지 이를 경우 돌아올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공장은 먼지 하나 없는 청정실(클린룸)로 운영되기 때문에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한다. 한 번 멈췄다가 곧바로 재가동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공장 내 설비 대부분이 자동화된 만큼 파업에 따라 당장 설비가 멈추는 것은 아니나 장기화되거나 파업 참여 인원이 늘어날 경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며 "사측 입장에서는 노조 파업에 굉장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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