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학교와 교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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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학교와 교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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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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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대구 북구 성광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6회 성광 '스승의 은혜전'에 출품할 선생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학생들이 평소 좋아하는 선생님을 팝아트 스타일의 초상화로 그린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이달 말까지 교내에 전시한다. 대구=뉴스1


출근 뒤 책상에 앉아 각지에서 송고되는 사건, 사고 기사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지옥이 따로 없구나.’ 가족 생계를 위한 숭고한 일터에서 떨어지고 깔리고 끼어 스러지는 가장들, 또래 여자애들의 성매매 강요에 버티다 집단폭행 당한 여중생, 가장 사랑 받아야 할 때에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아이들 그리고 그렇게 죽어간 젖먹이들... ‘가정의 달’ 리본이 더 얄궂게 보이는 오월,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는 참극 극장이다.

그 중에서도 정인이 사건으로 대표되는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할 땐 눈가가 자주 젖는다. 그러다가 왜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희생될까, 왜 우리 사회는 이것밖에 안 될까, 하는 데 생각이 닿으면 또 화가 치민다.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많은 부모들도 치를 떨고, 가슴 아파했다. 작년 한 해 467가구가 신청한 아동권리보장원의 ‘위기아동 가정보호’에 최근 두 달 동안 600가구 이상이 신청서를 냈다.

이런 민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경찰이 서울시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책을 내놨다. 학대 현장 대응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역 상급병원을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관련 인력도 늘려서 학대의 모든 과정에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맡은 사무 범위 내에서 고심한 흔적들이 보이지만, 대증요법 수준의 대책이다. 아동학대 사건을 특수한 개인의 범죄로 볼 게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왜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희생될까. 최근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보면 일부 공통점이 발견된다. 적지 않은 사건의 주인공들이 20세 전후의 어린 엄마 아빠들이라는 것이다. 그 나이가 결코 적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부모 될 준비가 안 된 이들의 철부지 행각 등에 대한 비난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 어린 부모 역시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대의 대물림과 같은 부모의 경험과 정서 상태가 그 같은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정에 목이 마른 경우가 적지 않다. 결핍을 채우려다 보니 서둘러 가정을 이루고, 어린 나이에 그 험한 여정의 운전기사가 됐다가 사고를 낸다는 것이다.

그 사고 예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서울시와 경찰이 내놓은 대책 같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동시에 그 학대로 난 상처가 있다면 치유하고, 대물림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일을 누가 할 것이냐. 당연히 온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지만, 학교와 교사에 기대를 걸어본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학교의 코칭 기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는 ‘구(글)샘’이 최고의 선생님으로까지 불린다. 이처럼 교사의 지식전달 수고가 실제로 줄고 있다면, 그 에너지를 인생의 안내자 역할에 쏟아주면 어떨까. 부족한 부모의 정, 형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학교에서, 선생님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를, 그래서 혼탁한 세상의 빛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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