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더불어민주당은 '새드 엔딩'을 피했다. 무엇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큰 고비를 넘겼다. 장관 후보자 3명 중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관철시킨 중심에 송 대표가 있었다.
송영길 첫 시험대 된 '임ㆍ박ㆍ노'
이번 인사 정국은 송 대표의 첫 리더십 시험대였다. 2일 선출된 이후 '당 중심의 새로운 당ㆍ청 관계'를 약속했다.
4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민주당 여론은 '3명 중 1, 2명을 포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기자회견에서 3명 전원 임명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송 대표는 더없이 난처해졌다. 문 대통령 뜻을 따르자니 민심의 역풍을 맞을 테고, 지명 철회를 건의하자니 당ㆍ청이 충돌하는 것으로 비칠 터였다.
레임덕 빌미 될라... 송영길의 '전략적 침묵'
송 대표의 선택은 ‘전략적 침묵’이었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인사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송 대표 침묵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최소 1명은 낙마가 불가피하다’고 공개 입장을 밝히는 순간, 대통령 인사권에 사실상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었다. 야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공세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송 대표가 ‘비문재인’으로 분류되기에 친문재인과 비문재인 진영 간 ‘내전’으로 비화할 공산이 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비문 색채를 의식해 송 대표가 몹시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
靑에 반기 든 초ㆍ재선… 판 깔아준 宋
송 대표는 이른바 ‘경청’ 행보로 당내 인사들이 청와대를 향해 민심을 전달할 판을 깔아줬다. 11일 송 대표가 주최한 재선 의원 간담회에선 인사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가 결단하라” 같은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12일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3명 중 최소 1명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지도부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13일 당내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도 송 대표는 “국민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임채정 전 국회의장)는 조언을 들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초ㆍ재선 의원들이 스피커를 자처하며 송 대표 부담을 덜어줬다”며 “송 대표는 사태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중진들과의 간담회도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송 대표 측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창구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청와대의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송 대표가 인사 청문 정국을 비교적 잘 수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송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았는데, 이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문 대통령과 송 대표 모두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지 않은 선에서 사태가 부드럽게 잘 마무리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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