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농민 등 "반란군 협조했다" 학살
검찰, "공소사실 인정 어려워" 유족 위로

13일 오후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재심 재판에 앞서 무죄 선고를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게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유족들은 검찰의 무죄 구형에 환영하며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 해달라"고 촉구했다.
1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 송백현)는 여순사건 당시 순천역 철도원으로 근무했던 김영기(당시 23세)씨와 대전형무소에서 숨진 농민 김운경(당시 23세)씨 등 민간인 희생자 8명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순천역 철도원으로 근무했던 김씨에 대한 재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반란군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국가권력에 희생당했다"며 "군사법원이 민간인을 재판한 점으로 미뤄 위법성이 의심되는 등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무죄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김씨는 여순사건이 발발한 뒤 동료와 함께 진압군에 영장도 없이 체포돼 내란죄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목포형무소에서 수감됐다가 마포형무소로 이감된 뒤 한국전쟁이 터진 후 행방불명됐다.
검찰은 또 대전형무소에 복역하다 숨진 김운경 씨 등에서도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당시에 적용된 내란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포고령 위반도 적용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위법했다"며 "무죄가 선고돼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은 "국가권력에 의한 살인 행위로 검찰의 무죄 구형에 감사드린다"며 "늦게나마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운경 씨의 동생 운택(89)씨는 "형님은 아침에 밥을 먹다 갑자기 잡혀가 아무 이유도 없이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다"며 "억울한 누명을 판사님이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 등은 포고령 위반죄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1950년 6월 대전시 산내동 골령골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학살을 당했다.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24일 열린다.
대법원은 2019년 3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해 1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故) 장환봉(당시 29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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