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실적치 역대 최고
주산연 "부족한 공급이 매수 수요 따라잡지 못해"
내 집 마련 어려워져 전세 수요 한동안 지속될 듯
공급 부족 속에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건설업체들의 입주 실적이 역대 최고를 찍었다. 주택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통상 3, 4년 걸리는 걸 감안하면 집권 초기 공급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건설업체들에는 의도치 않은 '호수(好手)'로 작용한 셈이다. 입주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 전세 주택을 찾는 수요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실적치는 전월 대비 4.5포인트 오른 97.2로 조사됐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7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HOSI는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가 진행 중인 단지의 입주 여건을 공급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입주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90만 넘어도 '호조'로 해석한다. HOSI 실적치는 전망치와 달리 실제 입주율 등을 기반으로 한 '결과표'다.
지역별로는 부산(116.6)이 전월 대비 23.3포인트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세종(111.1) △인천(108.1) △울산(105.5) 도 전월 대비 1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100선을 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진한 공급 덕이다. 규제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으로 수년 전 민간 업체들의 주택 공급이 줄면서 현재의 입주 물량이 '새 집 마련'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지난해 동기 대비 52.7% 감소한 5만975가구다. 지난달 입주 물량(1만4,096가구)만 해도 최근 3년 월평균 물량의 45% 수준에 머물렀다.
박홍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매수세가 여전한 가운데 공급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 초기의 공급 규제 기조로 울상 짓던 건설업체들엔 예기치 않은 행운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의 발판이 되는 입주 물량이 쪼그라들면서 안정세로 접어드는 듯했던 전세시장은 다시 꿈틀대는 양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정부의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162.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첫째 주부터 반등해 한 달 만에 169.2가 됐다. 전세수급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박홍철 연구원은 "앞으로 2년 정도는 입주 물량이 수요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대책도 현실화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전세시장은 당분간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