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김치업체들에 당분간 대기업이 젓갈 공급
EU 인증 받은 대상·CJ제일제당 상생 협력 나서
비건 김치 등 동물성 원료 뺀 요리비법 전수도 검토
유럽연합(EU)이 복합식품 수입규정을 강화해 젓갈이 들어간 김치 수출길이 막혔던 중소 김치제조업체들이 대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EU로 김치를 수출하려는 중소 제조업체에 EU 인증 젓갈을 제공하기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두 기업은 중소규모 김치제조업체에 당분간 인증 받은 젓갈을 제공할 방침이다.
대상 관계자는 “단가와 물량을 협상 중이다. 김치 제조업체들이 원하면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도 “현재 공급가능한 제품별 물량 및 정보를 전달했다”며 “앞으로 해당 업체의 샘플테스트를 거쳐 납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증 젓갈을 무기한 제공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비건 김치 제조법’이나 젓갈을 대신할 재료 등 대체 조리비법을 전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도 동물성 원료를 뺀 김장 비법을 중소 제조업체에 전수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면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EU 시장 김치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EU 김치 수출액은 803만 달러로, 520만 달러였던 2019년 대비 54.3% 늘었다.
수출 기대감이 커지자 중소 김치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준비를 마쳤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개정 EU 복합식품 수입규정이 지난달 21일 발효되면서 젓갈이나 사골육수 등 동물성 원료를 극미량이라도 포함한 식품은 복잡한 인증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됐다. 지난달 기준 통관과정에서 EU가 요구한 ‘EU수출작업장등록 인증서’를 제출할 수 있는 업체는 대상과 CJ제일제당뿐이었다.
중소 김치업체들은 “젓갈제조업장에서 젓갈을 공급받는데, 영세한 젓갈제조업장에 인증을 위한 시설투자와 수백 가지 검사를 받도록 강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기업이 상생협력에 나서고 정부가 젓갈업체의 인증을 도와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달 15일 기술교류회를 열어 중소 김치업체들이 EU 복합식품 인증에 겪는 어려움을 수렴한 뒤 해결 방안을 찾아왔다. 최학종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다행히 우려했던 김치 수출 중단 사태는 최소화될 전망”이라며 “이번 상생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는 유럽으로의 김치 수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김치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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