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죽을지언정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와 가부장제에 저항해 자신만의 고유한 삶과 사상을 지키려 했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우리에겐 독립운동가 박열과 함께 천황 일가 암살 모의 사건에 연루된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었던 여성 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 에밀리 데이비슨,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부활절 봉기에서 저격수로 활약했던 마거릿 스키니더가 바로 그들이다. 일본, 영국, 아일랜드라는 지역적 차이, 각자의 배경, 위치는 달랐지만 그들은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고 짓밟던 거대 권력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동지’였다.
이들은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고,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이토록 과격했던 건 누구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서였다. 책은 잊힌 목소리에 숨결을 불어넣어 준다. 서술 방식은 흥미롭다. 세 인물의 이야기가 교대로 등장하는데 앞사람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을 다음 사람 이야기의 첫 문장으로 넘겨받아 끝말잇기 하듯 전개된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지만, 이들의 분투는 하나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어 내려 했다. 그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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