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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덮친 대학 상권… 서울대 전통찻집 21년 만에 문 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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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덮친 대학 상권… 서울대 전통찻집 21년 만에 문 닫나

입력
2021.05.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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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근로조건 악화 방치하다 사업 정리까지"
전통찻집 폐점, 매장·식당 통폐합 방침에 구성원 반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부 앞에서 학생과 직원들이 '전통찻집 폐점 및 식당 통폐합 중단'을 위한 서명운동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부 앞에서 학생과 직원들이 '전통찻집 폐점 및 식당 통폐합 중단'을 위한 서명운동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21년간 자리를 지켜온 전통찻집이 적자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학교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학내 카페와 음식점에도 통폐합이 추진되면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우려된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학생·직원 대의원 23명은 11일 서울대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협 경영진은 비민주적 절차를 통해 졸속으로 통과시킨 전통찻집 다향만담 폐점 및 식당 통폐합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학내 구성원의 복지와 연관된 중요한 안건들이 충분한 논의와 토론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윤 논리로 사업안을 일방 추진하지 말고 학생과 직원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생협 대의원총회는 3월 19일 다향만당 폐점 방안 등이 담긴 2021년 사업계획 안건을 통과시켰다. 2000년 문을 연 다향만당은 국내 최초의 대학 내 전통찻집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도 체험을 할 수 있어 학생과 교직원, 방문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다향만당(茶香滿堂·차의 향기가 집 안을 가득 채운다)은 다산 정약용의 시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생협은 찻집 폐점 추진 이유로 적자 누적을 들었다. 또 사업계획안에 '학생식당, 카페, 편의점 등 통폐합 가능'이라는 내용을 포함, 추가적 사업 정리 방침도 밝혔다.

학생들은 이에 맞서 지난달부터 전통찻집 폐점 및 식당 통폐합 반대 서명 운동에 나섰다. 20여 일간 진행된 서명 운동에는 재학생 228명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 390명과 학내 7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경영진 측 자료에 따르면 찻집의 영업적자는 연간 400만 원 수준으로, 전체 수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미 코로나19로 찻집 운영을 임시 중단하고 있는데, 대면수업 재개 이후 수익 현황을 살펴보지도 않고 운영 종료를 결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송호현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 또한 "생협은 2014~18년 순이익의 80%가 넘는 55억6,000만 원을 학교발전기금에 출연했다"며 "그러고도 코로나 이후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며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지부장은 "직원들은 고된 노동으로 인한 질병과 통증으로 6개월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가며 일한다"며 "구체적 논의나 계획 없이 직원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식당 통폐합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내 상점을 비롯한 대학가 상권이 영업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서울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표 대학가 상권으로 꼽히는 홍대·합정 지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19.2%로 전년 동기(6.2%) 대비 3배 이상 치솟았다. 서울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푸드코트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지난해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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