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임명 강행 기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박준영 해양수산부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국민의힘이 후보자 3명에게 '부적격' 딱지를 붙인 이후 여야는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3명 모두에 대한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은 한 명도 빠짐 없이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청와대 인사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 시한을 오는 14일로 지정, 여야가 협의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인사 논란을 길게 끌지 않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현재 판단인 셈이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 번 원칙을 세우면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ㆍ청이 한목소리로 '달라지겠다'고 했기에, 이번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야당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장관 3명 임명을 강행한다면, 기대가 부푼 만큼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文 마음 굳혔지만... 일단 '국회의 시간' 다시 나흘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20분쯤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3인에 대한 보고서를 14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야당은 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럴 의사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지명 철회를 한 경우는 그간 거의 없었다"는 말로 문 대통령의 강경한 의중을 전했다.
'국회가 다시 협의할 시간'을 뜻하는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10일 이내'에서 대통령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국회에 나흘만 준 것은 '빨리 매듭짓겠다'는 뜻이다. 14일이 금요일인 만큼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 이날 문 대통령과 당 신임 지도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당청은 청문회 이전 마련한 자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인데, 이들에게 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평균 4.8일이었다.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3명의 발탁 배경을 오랫동안 설명함으로써 '임명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터다.
靑은 '절차대로' 강조하지만… '국민 정서'는?
박경미 대변인은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3항을 따른 것'이라고 언급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형식적 완결성이 국민 눈높이 충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청와대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며 국회와 언론의 검증이 더해져야 한다"(10일 기자회견)고 말했 듯, 후보자 지명 후 드러난 각종 의혹과 국민 정서도 고려해 대통령이 최종 결단을 하는 것이 인사의 원칙이다.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에서조차 조금의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인사 독주'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29명)는 이미 노무현(3명)ㆍ이명박(17명)ㆍ박근혜(10명) 정권을 합친 것(30명)에 육박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3명 모두 임명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기에, 문 대통령이 민심을 무시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향후 당ㆍ청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임명 반대 목소리가 부각됐지만, 여당 내엔 찬성 목소리가 더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3인방을 임명한다고 해서 민심에 반한다거나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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