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부 ‘소신파’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 인사 등 국정 운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민주당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사실상 금기였는데, 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임ㆍ노ㆍ박’ 옹호한 文 대통령 연설에 혹평
11일 국회에서 열린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재선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김병욱 의원은 전날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 대해 “아쉽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이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박준영 해양수산부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명을 옹호한 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5선 이상민 의원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잘 아실 테니 거기에 맞추든지, 어떻게 하겠다든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연설에서 그런 내용은 안 보인다”며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했다. 그는 임혜숙ㆍ박준영 후보에 대해 ‘임명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자 폭탄을 '장병 폭로'에 빗댄 文... 조응천 "논점 다르다"
조응천 의원 또한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당론과 당심이 한쪽으로 몰려가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의견 획일화가 너무 심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문 대통령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 의원은 문 대통령이 문자폭탄을 병역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군 장병들의 익명 제보에 빗댄 것에 대해 “논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문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이례적이다. 그간 민주당에선 문 대통령은 결코 비판해선 안 되는 ‘성역’이었다. 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는 정책을 비판하면 강성 당원들의 무차별적인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재·보선 참패 이후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내년 정권 재창출 여부가 불분명할 정도로 여론이 돌아선 상황”이라며 “ ‘문심’보다 민심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文心' 공략하는 與 잠룡들
대권 주자들은 ‘문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8일 광주에서 열린 지지 조직 ‘신복지 광주포럼’ 창립총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다 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ㆍ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경력을 앞세워 친문 적자임을 부각하며 현 정부에 대한 발전적 계승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11일 지지 모임인 ‘광화문포럼’ 기조 연설에서 국가 비전으로 ‘불평등 척결’을 기치로 내건 뒤 “그 길이 문재인 정부 성공의 길”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도 문 대통령은 3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권주자들 모두 이 지지율을 흡수해야 경선은 물론이고 대선 본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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