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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과 양념

입력
2021.05.10 18: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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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 “SNS 시대에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두둔하면서도 “문자가 예의와 설득력을 갖출 때 지지를 넓힐 수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문자를 보내더라도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담으라는 얘기다.

□ 문자폭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승리 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라고 말했던 데서 크게 벗어난 것 같지 않다. 그는 당시 양념 발언에 대해 다른 경선 주자들로부터 반발이 나오자 유감 표명을 하긴 했으나 문자 폭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인신공격이나 욕설을 하지 않는다면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는 데서 물러나지 않은 것이다.

□ 문자폭탄의 문제를 단순히 예의 차원으로 취급하는 문 대통령과 달리, 문자폭탄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사이버 정치 테러’라는 게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견을 보이는 정치인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전화번호를 공개해 공격을 선동하고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문자나 SNS로 악담을 퍼붓는 문파들의 행태는 공론을 형성하는 의사 표현이라기보다 정치적 반대파를 몰아내기 위한 공론 파괴의 폭력에 가깝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내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그 위험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 문자폭탄의 폐해는 결국 토론 부재, 다양성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지자들의 방향이 민심과 동떨어지면 원심력이 더욱 커져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직면한 위기가 바로 문자폭탄으로 대변되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다. 문 대통령의 인식이 극히 피상적이고 일면적인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시대정신과 균형감각을 꼽았다. '양념’ 발언으로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를 용인했던 문 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게 문자폭탄에 선을 긋고 당심과 민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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