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으로 운영 중인 규제일몰제도 이젠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규제 시행 이후 10년이 경과하면 규제를 자동 폐지하고, 필요한 경우 재입법을 통해 규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출점 제한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마찰을 우려해 2010~13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까지 3년 일몰 기간 연장에 이어 2020년까지 5년 동안에도 규제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지난해 말 다시 2025년까지 일몰 기간을 연장해 사실상 규제를 영구화하고 있다.
이처럼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재검토형 일몰규제 심사 총 9,200건 가운데 2.9%인 266건만이 폐지됐고, 93.4%(기존규제 존속 69.2%, 개선 24.2%)는 규제가 연장됐다.
규제일몰제는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되는 효력 상실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규제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재검토형이 있는데, 재검토형이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경련은 효력 상실형 일몰 규제 관련 통계의 미공개로 이번 분석에선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일몰대상 규제의 경우 부처 자체평가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법령안의 정비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형식적 심사, 부실 심사라고 지적했다.
일몰제 운영과 관련된 불투명한 정보 제공도 지적 대상으로 지목됐다. 일몰 대상 규제 목록과 심사결과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으면서 심사결과에 대한 전체 통계와 주요 정비사례만 규제개혁 백서를 통해 공개된다는 것이다. 전경련 측은 “일몰규제의 연장 여부 등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조차 개별 규제의 검토내용을 모르고 일몰 연장을 의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규제사후영향평가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호주의 경우, 입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제는 발효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자동 폐지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규제를 의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해당 규제는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6개월 이내에 동일 내용의 규제는 재입법할 수 없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려면 효력 상실형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몰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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