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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군 예고편?… 아프간 학교 앞 폭탄테러로 200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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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군 예고편?… 아프간 학교 앞 폭탄테러로 200여명 사상

입력
2021.05.09 09:31
수정
2021.05.09 22:3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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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끝나고 나오던 여학생들 희생
아프간 당국은 배후로 탈레반 지목

8일 아프가시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 희생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8일 아프가시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 희생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 병력을 모두 빼내겠다는 미국의 계획이 결국 참사를 불렀다. 철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수도 카불에서 200명 넘게 숨지거나 다친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완전 철수 발표 이후 무장단체 탈레반의 공세에 더해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가 속출하면서 아프간 정세가 20년 전 무법 지대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카불의 사예드 울 슈하다 고교 인근에서 폭탄이 터져 적어도 68명이 숨지고 165여명이 부상했다. 목격자들은 학교 앞에서 차량 한 대가 폭발한 뒤 근처에서 두 차례 추가 폭발음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중상자도 많아 테러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가 전한 현장 모습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도로 여기저기에 피로 물든 학생들의 책과 가방이 널부러져 있었고, 구급차들이 끊임없이 사상자들을 실어 날랐다. 또 사망자 다수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특히 여학생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목격자는 통신에 “7,8명을 제외하고 숨진 이 대부분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여학생”이라고 전했다. 이 학교는 남녀가 성별에 따라 3교대로 수업을 하는데, 여학생들이 참여한 두 번째 수업 직후 테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병원 복도에 폭탄 테러 희생자들의 시신이 놓여있다. 카불=AP 연합뉴스

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병원 복도에 폭탄 테러 희생자들의 시신이 놓여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테러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탈레반이 유력하다. 가부장적 이슬람 율법을 고집하는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사회활동을 불허한다. 때문에 이날 폭탄 공격이 여학생들에게 집중된 것은 탈레반의 소행을 점치는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탈레반을 주체로 지목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은 불법 전쟁과 폭력을 확대해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거부하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방침이 나온 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에서 공격 수위를 크게 높였다고 주장한다. 이날 공격도 최근 공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테러 배후나 연루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는 오직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만 할 수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번 테러가 미군 철군 이후 아프간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자 축소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병력을 계속 빼내 아프간 주둔 병력이 적어질수록 폭력 사태와 종파간 내전이 빈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 철수 공백을 틈 타 탈레반의 군사적 공격과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심화하는 시나리오가 가동되기 시작됐다는 의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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