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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하청업체 청년의 죽음... 달라진 게 없다

입력
2021.05.08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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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20대 비정규직 근로자가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컨테이너.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20대 비정규직 근로자가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컨테이너.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바닥 청소작업을 하던 20대 청년이 300㎏가량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용역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이선호(23)씨였다.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안전 관리는 등한시하는 위험의 외주화로 또 한 명의 젊은이가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컨베이어벨트에 들어가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처럼 이번 사고도 하청업체 직원이 사고 위험에 얼마나 쉽게 노출되는지 보여 준다. 주로 동식물 검역 등의 일을 했던 이씨는 당일 처음으로 컨테이너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고 한다. 이씨는 그러나 어떤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고 안전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 중장비가 동원되는 작업을 할 때 배치돼야 하는 안전 관리자나 수신호 담당자도 현장에 없었다. 이씨가 컨테이너 안에서 작업하는 것을 보지 못한 지게차 기사가 컨테이너 한쪽 날개를 접다가 그 진동으로 다른 쪽 날개가 접히면서 이씨를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한 설비에다 안전 장치도 없고, 작업 지휘자도 없는 주먹구구식 환경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으나 아직 이씨의 장례는 치러지지 않았다. 이씨 사망사고 대책위는 6일 기자회견을 하고 조속한 원인 규명과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유족 측은 이씨가 사고를 당할 당시 관리자들이 119 구조 신고 대신 윗선 보고를 우선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원청 업체는 사고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산재 사고를 억제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긴 했으나 내년 1월부터 시행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3년 1월로 유예됐다. 이번 사고는 산업 현장에서 원청 업체의 안전 책임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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