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총파업 가결...시기는 미정
저상차량 이용 택배기사 47% 근골격계 질환 의심
"저상차량·손수레, 지속가능 방안 아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에서 시작된 택배기사와 입주민 간 '택배차량 지상 출입금지' 갈등이 끝내 노조의 총파업으로까지 번졌다. 저상 택배차량을 요구하는 구역을 '배송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 택배사가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노조의 요구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7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전날 진행한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투표율 90.8%에 찬성률 77.0%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시기는 미정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파업 인원은 노동위원회 쟁의절차를 완료한 조합원 2,000명이 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정부나 정치권에서 택배사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가 해당 아파트를 배송불가 구역으로 지정,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저상 택배차량을 모두 교체할 것 △고용노동부가 저상차량 운행 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를 높여 건강을 해치는 저상차량을 업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택배차량은 화물칸 높이가 1m80㎝인데 비해 저상차량은 1m27㎝로 훨씬 낮다. 이 차량을 이용하면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상자 양이 줄어 여러 번 날라야 하고, 화물칸 안에서 계속 허리를 숙인 채 작업해야 한다.
진 위원장은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거부하는 곳은 입주민이 300원, 택배사와 택배기사가 300원 정도를 추가 부담해서 입구까지만 배송하고, 다시 별도의 배송 플랫폼을 이용해 문 앞까지 전달하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저상차량이나 손수레를 이용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택배노조가 실제 저상차량을 운영하는 택배기사 3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69~94%)가 고용부 고시에서 지정한 '근골격계부담작업'을 매일 하고 있었다. 93.7%가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을 하고, 69.3%는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한다고 답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조사 결과 응답자의 46.7%가 근골격계 질환 의심 환자로 추정됐다"며 "즉시 병원 진료를 시작해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신임 고용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저상차량이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며 "고용부가 인지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저상차량에 대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에 즉각 착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운행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만일 총파업을 하더라도 부분파업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택배 물동량의 10% 남짓한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해 국민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택배사들에게 압박을 주는 전술이라고 택배노조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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