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퉁퉁 붓는 다리 부종, 하지정맥류?

입력
2021.05.08 06:00
0 0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박형섭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박형섭 교수

# 65세 남성 A씨는 5년 전 왼쪽 다리의 심부정맥혈전증을 진단받고 항응고제를 1년 간 복용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또 다시 다리 부종이 심해지면서 걸을 때마다 통증이 나타나더니 이제는 100m 이상도 걷기가 어려워졌다. 다리와 아랫배 부위에 구불구불한 혈관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복숭아뼈 안쪽 피부는 점차 색이 변하면서 염증이 반복됐다.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압박스타킹과 정맥순화제 처방뿐, 증상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 57세 남성 B씨는 왼쪽 다리가 자주 붓고 잦은 통증을 느꼈다. 종아리 부위의 피부까지 검정색으로 변하면서 궤양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2년 전 왼쪽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았다는 B씨는 이후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피부 착색과 궤양은 더 심해졌다.

정맥질환의 근본적 원인 만성 정맥부전증

심장으로부터 내려온 혈액이 중력을 이기고 다리에서 다시 심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맥의 기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맥의 기능이 떨어져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다리에서 혈액이 정체되면서 정맥 고혈압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만성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통틀어 만성 정맥부전증이라고 말합니다. 다리의 무거움과 피로감, 시린감, 통증, 부종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심하면 다리의 반복적인 염증과 피부의 착색, 궤양 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정맥 질환으로 인한 다리 피부 착색(왼쪽) 및 궤양

정맥 질환으로 인한 다리 피부 착색(왼쪽) 및 궤양


만성 정맥질환, 하지정맥류만은 아니다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정맥질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하지정맥류입니다. 피부 표면으로 지나가는 표재정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피가 역류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만성 정맥부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역류로 인한 표재정맥 혈류의 정체는 결국 앞서 언급한 다리의 여러 증상을 일으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술 또는 시술적 치료뿐입니다.

하지만 하지에 발생하는 모든 만성 정맥부전증이 하지정맥류만 원인인 것은 아닙니다.

다리의 정맥은 표재정맥 외에도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심부정맥이 있는데, 이 심부정맥에서도 정맥부전증이 20-30% 정도의 빈도로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심부정맥의 부전증은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영역으로 생각돼 왔습니다. 하지만 심장으로 가는 심부정맥의 주요 유출로가 여러 원인에 의해 좁아지면서 심부정맥의 만성 부전증이 발생한다는 근거들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과거력 있으면 만성 정맥부전증 발생 가능성 높아

심부정맥의 유출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원인으로는 심부정맥혈전의 과거력, 복강 내 종양, 복부의 암 수술이력, 그리고 선천적으로 정맥이 주변 구조물(주로 동맥)에 의해 눌리는 현상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 심부정맥에 급성 혈전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30-40%는 정맥 혈전증의 후유증으로 인해 정맥 벽이 두꺼워지고, 판막 기능이 소실되면서 심부정맥의 만성 정맥부전증으로 고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 심부정맥혈전증 후 발생하는 만성 정맥부전증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고 여겨져, 많은 환자들이 다리의 심한 부종과 통증, 반복적인 염증 및 괴사까지 발생하여 여러 병원을 찾아다녀도 특별한 치료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정맥 내 스텐트 삽입술이라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리다

심부정맥 유출로 폐색으로 인한 만성 정맥부전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정맥에 특화된 스텐트의 개발로, 정맥 내 스텐트 삽입술은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질환의 진행정도에 따라 증상이 가볍다면 압박스타킹 착용, 정맥순환제 복용 등의 치료로도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정맥부전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고 색소침착이 발생했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A씨는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약물치료를 했지만 심부정맥 유출로가 막혀 정맥 혈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A씨에게 정맥 내 스텐트 삽입을 통해 정맥 혈류를 회복하자, 정맥 고혈압이 해소되면서 다리의 부종과 통증이 호전됐습니다.

B씨도 하지정맥류 수술 후 다리의 피부 착색과 반복적인 궤양이 나타나는 등 심부정맥 유출로의 협착이 확인된 경우로, 스텐트 삽입 후 정맥 혈류를 개선시켜 궤양이 호전되고 피부 착색도 옅어졌습니다.

심부정맥 유출로가 막혀 혈류가 차단(좌)된 환자가 스텐트 삽입 후 혈류가 복원됐다.

심부정맥 유출로가 막혀 혈류가 차단(좌)된 환자가 스텐트 삽입 후 혈류가 복원됐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

비록 모든 만성 정맥부전증 환자가 스텐트 삽입술 대상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히 시행된다면 정맥 스텐트 삽입술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단순 하지정맥류로만 알고 여러 차례 시술을 받고도 효과를 보지 못해 상심하며 방치되다시피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맥부전증으로 불편함을 안고 있는 환자들이 정맥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개선됨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 될 수 있습니다.

이범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