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지지대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청년 이선호씨(23)는 300㎏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그 아래에 깔렸다. 그는 발견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의 일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이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유족과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6일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사망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으나 사고 조사나 진상규명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원청에 책임을 묻고 해양수산청,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씨 유족 측은 이날 현장의 안전 관리가 터무니없이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책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관련 담당자가 배정돼 있지 않았고, 이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당일 이씨가 기존에 맡던 업무와 다른 업무에 투입됐음에도 적절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씨가 당초 맡았던 업무는 컨테이너 작업이 아닌 항구 내 동식물 검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이씨가 해당 작업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및 사전 교육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책위는 "사고에 대해 부두 운영사는 '해당 업무를 지시한 적 없다'는 말로 발뺌만 하고 있다"며 "사고 조사가 더뎌지는 통에 유가족들은 2주가 지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은 "아이가 철판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는 데도 회사는 119 신고가 아닌 윗선 보고를 우선하고 있었다"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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