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벌금 100만원
2심 때 '상해죄'로 공소장 변경... '벌금 150만원'
대법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배" 파기 환송
피고인만이 항소한 2심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적용 혐의를 바꾼 결과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났다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만 상소했을 경우, 원심 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김씨는 2018년 4월 자신과 갈등을 겪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A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김씨가 아파트 옥상에 개인 텃밭을 가꾸자, 옥상문을 잠그고 출입금지 경고문을 붙였다. 이에 김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찾아가 A씨와 실랑이를 벌인 뒤 사무실을 나서던 중 문을 세게 닫았고, 뒤따라 나오던 A씨는 문에 끼어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당시 김씨가 미처 A씨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판단, 김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해 김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에선 외려 벌금이 150만원으로 늘어났다. 검찰이 김씨에게 상해 혐의를 추가 적용하며 공소장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과실로 A씨를 다치게 한 게 아니라, A씨가 따라나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문을 밀어 다치게 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도 김씨의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항소심 판단에 대해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 대해선 원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고 피고인은 항소한 상급심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공소사실이 추가·철회·변경된 경우에도,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리지 못한다. 대법원 재판부는 "2심은 상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1심보다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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