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보복 제재 지속 시 협정 비준 포기 시사
집행위에 부당 보조금 조사권… 中 겨냥 해석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대열에 유럽연합(EU)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모습이다. 중국 시장에 들어가려 7년 간 공들여 닦은 길의 포기도 감내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시장 경제를 흔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도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투자 협정 비준 절차는 좀더 넓은 EU와 중국 간 관계 역학의 진전과 분리될 수 없다”며 최근 EU의 대중(對中) 인권 제재에 중국이 EU 관리 대상 보복 제재로 맞대응한 건 “유감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블룸버그는 중국의 제재가 지속되는 한 협정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뜻을 EU가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돔브로우스키스 위원은 전날 AFP통신 인터뷰에서 “(협정 비준을 위한) EU 집행위 차원의 지원 활동을 중단했다”고 했었다.
투자 협정을 경고 카드로 꺼내 든 건 과감한 결정이다. 2014년부터 7년 가까이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해 말 타결한 이 협정에는 EU가 강세를 보이는 통신과 금융, 전기자동차 등 분야의 중국 시장 접근권 확대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양자 무역 협상 과정에서 쏠쏠한 이득을 챙긴 ‘공조 파트너’ 미국과 동등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투자 협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EU는 더 큰 전략적 이익을 선택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명분으로 동맹ㆍ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을 고립시키겠다고 선언한 미국과 보조를 맞춰 신장 위구르 탄압 등을 이유로 올 3월 중국에 인권 제재를 부과한 것이다. EU의 대중 인권 제재가 1989년 톈안먼 사태 뒤 32년 만이었던 만큼 중국의 복수는 예견된 일이었다.
사실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 체제에 대해 미국보다 먼저 입장을 정리한 쪽은 EU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중국 견제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표명했다고 한다. 올 2월에는 보조금 등 시장 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중국 정부의 부당 행위를 통제할 틀을 만들 것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제의했다.
EU 집행위가 역외 국가의 보조금에 따른 공정 경쟁 저해와 왜곡에 대처해야 한다며 새 규정을 제안하고 나선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규정이 회원국과 유럽의회 동의를 거쳐 적용되면 집행위는 EU 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회사가 대상인 비(非)EU 국가 당국의 재정 지원에 대해 조사하고 왜곡 효과를 바로잡을 권한을 갖게 된다. 중국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 의한 불공정 국제 경쟁을 억제한다는 게 핵심적인 제안의 취지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더불어 미국이 이끄는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ㆍ태평양 4개국(미ㆍ일본ㆍ호주ㆍ인도) 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 인도와 함께 양측은 물론 제3국에 에너지와 디지털, 교통 같은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EU가 추진하는 것도 중국의 자국 중심 거대 경제권 구축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겨냥해서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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