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거짓으로 둔갑하고 모두의 진실이 각자의 의견에 전복돼버리는 ‘포스트트루스’ 시대, 건전한 공론장을 자임했던 광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말은 넘쳐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소통 불가능한 세계는 30년 넘게 정부, 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온 PR 전문가인 저자에게 좌절 그 자체였다. 그래서 직접 나섰다. 정치프레임 전문가 조지 레이코프, 정치 비평가 놈 촘스키,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 우리 시대 사상가 26명을 만나 어떻게 하면 사람들끼리 말 통하고 살 수 있을지를 물었다. 오염된 광장에 대한 진단은 저마다 달랐지만 해결책은 하나로 모였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 공자님 말씀처럼 고리타분하지만, 억지에 손쓸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전략이다. 이성으로 설득하고, 논리를 무너뜨린다고 이기는 싸움이 아니기에. 상대방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핵심이란 얘기다. “진실의 문제에서 관심의 문제로 전환해야”(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 “진실을 말하되 벌하지 말라”(선불교 스승 틱낫한) 등의 조언은 일맥상통한다. 탈진실 시대, ‘당신은 틀렸고 내 말만 옳다’고 핏대 높이는 건 하수다. 듣고 공감하는 자가 진짜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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