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1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당내에서 '우려'와 '지켜보자'는 시선이 공존한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중도 확장 측면에서는 극우세력과 손을 잡았던 황 전 대표가 부담이다. 하지만 여러 대선주자들의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야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황 전 대표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으로 5일 출국한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 더 방치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에 기대를 거는 데 지쳤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회복,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미관계에 직접 뛰어들어,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전 대표는 지난달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촉구하는 국회 농성장을 찾아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을 격려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선 "외연만 넓히면 사고가 난다. 지도자는 다 품어야 한다"며 '태극기 세력'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황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에서는 부정적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지난달 30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권성동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전 대표는) 극우, 강경의 이미지다. 현재 민심과는 유리된 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여러 의원들께 전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선 관여 의혹까지 문제삼았다.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나경원 전 의원도 "황 전 대표와 저를 엮어서 얘기들 하시지만 조금은 결을 달리한다"며 "지금은 천천히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거리를 뒀다. 2019년 당시 황 전 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나 전 의원 입장에서는 이미지가 겹치는 게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지난해 21대 총선 공천에서 황 전 대표와 교감 속에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도 아직 여럿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대선 판을 키울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황 전 대표를 밀어낼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 확장뿐만 아니라 판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며 "황 전 대표도 이런 판단에서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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