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잊은 대중제 골프장]
골프 입문 4년 차인 조종우(34)씨는 골프채를 잠시 내려놓기로 최근 결심했다. 한창 골프에 재미를 붙여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국내 골프장들이 입장료(그린피)를 비롯한 각종 이용료를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데다 미혼이라 취미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한 조씨가 골프를 중단한 건 단순히 비용 부담 탓만은 아니다. 조씨는 5일 “각종 세금을 감면받는 대중제 골프장부터 골퍼들을 ‘봉’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배짱 영업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 저항감이 커 차라리 해외 골프여행이 풀릴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대중제’ 취지 무색… 시장논리 앞세워 배짱 영업
골퍼들이 단단히 뿔났다. 회원제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지 못한 골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의 입장료(그린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탓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 등으로 최근 수년 사이 골프 인구가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골퍼들이 국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겹치며 국내 대중제 골프장 입장료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비회원 기준) 턱밑까지 따라왔다. 조씨는 "주말엔 1인당 30만원을 넘나드는 입장료뿐 아니라 골프카트 이용료와 캐디 봉사료까지 함께 올랐다"며 "주말 골프는 엄두도 못 내고, 지난해 평일 주간 라운드를 할 비용으로 올해는 (선호도가 낮은)평일 야간 라운드도 쉽지 않다”고 체감 물가를 전했다.
조씨가 전한 대중제 골프장 체감 물가 상승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13만4,200원이던 대중제 골프장 주중 평균 이용료(전국 기준)는 1년 만에 15만9,300원으로 뛰었고, 주말(토요일 기준)의 경우 지난해 18만1,300원에서 올해 20만8,000원으로 올랐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주중 18.7%, 주말 14.7%로, 같은 기간 회원제 골프장의 상승률(주중 7.3%ㆍ주말 6.7%)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 사이 일부 골프장은 비바람 등 천재지변에도 예약 취소 페널티를 물리는 등 배짱영업을 하거나, 공급이 부족하단 이유로 캐디 교육을 소홀히 하는 등 서비스 품질도 낮아져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골프장 사주들 배만 불리는 세금 감면"
회원제 골프장과 달리 대중제 골프장에 비난의 화살이 유독 몰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누려왔음에도 시장 논리만 앞세워 이용자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중제 골프장에 대해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는 12%의 취득세를 4%로 깎아주고, 재산세는 10분의 1, 취득세는 3분의 1만 부과한다. 골프장 이용객들이 내야 할 개별소비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은 전액 감면된다. 정부가 지난 2000년부터 ‘골프 대중화’를 이유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혜택은 챙길 대로 챙기고, 이용료는 시장 흐름에만 맞춰 올리며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프 대중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유사회원제’ 도입도 눈총을 받는다. 골프장 내 콘도 회원들에게 골프장 이용 우선권을 제공하거나, 일정 금액을 예치해 둔 회원들에게 입장료 할인 및 우선 예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요금을 규제할 근거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에서 감면된 세금 총액은 약 9,6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골퍼들이 누려야 할 혜택들이었지만 대부분 골프장 주인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세금 혜택을 주는 만큼 입장료 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이용료 인상을 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중골프장협회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골프장 측도 할 말은 있다. 골프장도 사업자이기에 시장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데다, 큰 폭의 상승률은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서만 도드라진 현상이란 게 이들 주장이다. 김태영 한국대중골프장협회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골프장 이용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외부 시각을 회원사들에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골프장 수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넘쳐 일어나는 일시적 상승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특히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호남이나 영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상 폭이 크지 않아 골프장 전체의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고, 해외여행이 풀리면 이용료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일시적인 (가격 상승)현상으로 세금 감면 혜택 축소 논의가 이뤄지는 건 다소 성급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 소장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 않는다면 이용료를 얼마를 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대중제 골프장이)공익성을 갖춘 운영 정책으로 책임을 다하든지, 정부가 ‘비회원제 골프장’을 신설해 대중제 골프장에 주던 혜택을 구분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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