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진 레슨 등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
2008년부터 시작해 교육생 2000여명 배출
"경제적 어려움 탓에 꿈 접는 아이들 없어야"
기초생활수급가정인 송모(45)씨의 딸 고모(15)양은 피아니스트를 ‘감히’ 꿈꾸지 못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공공일자리로 번 돈이 가구 소득의 전부인 터라, 시간당 10만 원 안팎의 개인교습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높이를 곧바로 판별하는 ‘절대음감’을 가진 딸을 볼 때마다, 송씨는 부채감에 시달렸다. 그는 “피아노 입시학원조차 마음껏 보낼 수 없으니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고양은 현재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가 시내 주요 대학과 연계해 저소득층 음악?미술영재의 강습을 돕는 ‘서울시 음악영재 교육지원사업’에 6년 전부터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고양은 현재 피아노를 전공한 대학교수로부터 매주 1시간씩 개인교습을 받고, 격주로는 단체수업을 받는다. 송씨는 “음악영재 교육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딸은 지금쯤 피아노 치는 걸 포기했을지 모른다”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도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예술영재를 위해 서울시가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액의 교습비용이 부담돼 양질의 교육을 접하지 못한 채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음악?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중위소득 미만 가정의 예술영재들을 지원하고 있다. 모집 대상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초교 1학년부터 고교 1학년생이다. 현재 건국대와 숙명여대, 한양대 등 3개 대학이 교육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입학생에겐 8개월 동안 대학 교수진들의 개인 교습과 예술융합?창의성 교육이 제공된다. 현재까지 참가한 2,083명 중 129명이 초·중·고교부터 대학교까지 예술학교에 진학해 꿈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피아노 전공)을 밟고 있는 이모(25)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에게 고액의 개인교습비는 늘 부담이었다”며 “5년간 서울시 지원을 받은 덕에 꿈을 접지 않고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영재 교육지원사업은 단순히 경제적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학생들은 대부분 음악 이상의 배움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째 참여 중인 오모(19)양은 “3년 전쯤 슬럼프가 왔지만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이 서로 교류하고, 멘토 역할을 해준 교수님의 조언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예술을 꿈꾸는 후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이씨는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음악하기 어려운 한국에선 이런 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하다”며 “귀국 후 힘든 상황에 처한 학생들에게 제가 받은 도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소득층 예술영재에 대한 교육지원을 계속하고, 문화공연 등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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