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억·89필지 '농지왕'까지... 고위공직자 절반 농지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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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억·89필지 '농지왕'까지... 고위공직자 절반 농지 소유

입력
2021.05.10 04:30
수정
2021.05.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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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만의 농지 공화국?
재산 공개 1,885명 중 852명 여의도 1.4배
최훈열 전북도의원 면적·금액 전국 1등
55년간 60개 필지 매입… 7000평 황무지?
농지서류 허위·부실기재… 이해충돌 의혹
최 의원 "정치 그만둘 때 직접 영농할 것"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을 통해 고위공무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를 조명합니다. 경자유전 원칙과 식량 주권을 위해 국가가 보호하는 토지인 농지가 고위공직자들에겐 투기 대상일 뿐이었다는 현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연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면적이 자그마치 404만3,200㎡에 달했다. 서울 여의도(2.9㎢)의 1.4배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7,140㎡) 566개를 합친 것보다 넓다. 재산을 외부에 공개해야 할 정도로 '급이 높은' 고위공직자 1,885명 가운데 농지(논·밭·과수원)를 소유한 852명 이야기다. 이들(본인·배우자·부모·자녀)이 소유한 농지의 총액은 1,618억 원(관보 기준)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9일 한국일보 분석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3,778개 필지)를 갖고 있었다. 1인당 평균 면적으로 따지면, 축구경기장 절반보다 큰 4,746㎡로 값어치로는 1억 8,900만 원 상당이다. 1㎡당 4만 원으로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토지 자산(통계청 2019 농가경제조사)과 비교했을 때 1만 원 더 비싸다.

농민들은 4,746㎡ 크기의 논에서 1년간 농사를 지으면 쌀 28가마니(80㎏ 기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농부 땅보다도 비싼 고위공직자 소유의 논밭에선 무엇을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까. 농사는 제대로 짓고 있을까.

한국일보는 이런 의문을 풀고자 농지를 소유한 고위공직자 852명의 농지 관련 서류를 얻으려고 전국 209곳 지자체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 포천 여주 안성 양평 용인과 세종시, 전북 부안, 경북 영주, 경남 양산, 그리고 제주와 서귀포를 찾았다. 취재팀이 한 달 동안 전국 각지로 5,680㎞를 이동해 고위공직자 소유 농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한 결과, 제대로 된 농지보다는 제멋대로 자란 잡풀과 황무지가 훨씬 많았다. 취재팀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해 '농지왕'으로까지 불리는 최훈열(60) 전북도의원 사례를 통해 '농지 공화국'의 현주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농지왕' 최훈열 도의원의 '농테크'

최 의원은 2019년 12월 23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밭 402㎡(122평)를 샀다고 등기부등본에 기재했다. 사흘 뒤 변산면사무소에 접수한 농지취득 자격증명신청서엔 자신을 '농업인'으로 소개하며, 농지 취득 목적으로 '농업 경영'이라고 썼다. 농업경영계획서엔 2019년 5월 10일부터 자기 노동력으로 콩과 고추, 유실수를 심을 것이라고 기재했다. 땅을 구입하기 7개월 전부터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는 '앞뒤 안 맞는' 내용을 적은 셈이다. 그는 그러면서 계속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도 썼다.

최훈열 전북도의원이 2019년 12월 매입한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102-5 농지의 모습. 변산반도 해안도로변에 있다. 말라버린 나뭇가지가 뒤엉켜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부안=윤현종 기자


최훈열 전북도의원이 2019년 12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함께 제출한 변산면 격포리 102-5 농업경영계획서 내용의 일부(붉은색 테두리 안쪽 참고)


지난달 20일 현장을 찾아가 보니 서류 기재 내용과는 딴판이었다. 최 의원이 사들인 농지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말라버린 나뭇가지가 쌓이고 뒤엉켜 걸어서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농지를 함께 둘러본 김정룡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사무처장은 "땅이 전부 묵혀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농 경력만 20년 이상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농사꾼들은 아무도 저런 땅 안 삽니다

최 의원은 전북 부안군의원(2002~2006년)을 거쳐 2014년부터 전북도의원을 연임 중이다. 정부가 지난 3월 25일 관보에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자료를 보면, 그가 소유한 농지 면적은 89개 필지에 걸쳐 20만8,638.15㎡에 달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29개를 합친 넓이와 비슷하다. 최 의원이 신고한 농지가액으로 따져도 51억7,604만 원에 달한다. 면적으로 보나 농지가격으로 보나, 그는 전국 제일의 독보적인 '농지왕'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그의 농지 사랑은 남달랐다. 네 살 때였던 1965년부터 2019년까지 최 의원은 소유 농지의 57%(60개 필지)를 사들였다. 이 가운데 부안군 변산·행안·하서면 소재의 20개 필지 2만2,763㎡(7,000평)는 눈으로 봐도 장기간 경작을 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등기부에 적힌 그의 주소지(부안군 동진면)와 가깝게는 6㎞, 멀리는 34㎞ 떨어져 있다.

최 의원이 1999년 사들인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106-5 농지의 모습. 1986년 매입했던 격포리 106-6농지 바로 옆에 붙어있다. 부안=윤현종 기자


'바닷모래 파지 마' 발의 후 해안가 농지 매입

부안군 등에 따르면 최 의원이 변산면 농지에 처음 손을 댄 시기는 25세였던 1986년이다. 그는 그해 2월 격포리 일대 농지 13개 필지 1만3,199㎡를 한꺼번에 매입했다. 지도로 보면 이 중 7개 필지는 변산반도 해안도로 바로 옆에 있으며, 객실에서 해변 전망을 볼 수 있는 펜션과도 붙어 있다. 10㎞ 내에 해수욕장만 세 곳이 있어, 최 의원이 사들인 농지 주변은 관광지로 꼽힌다.

최 의원이 1986년 사들인 변산면 격포리 123 농지(밭). 밭의 형상은 사라졌고, 해변으로 가는 산책길이 놓여있다. '지질명소 적벽강'을 안내하는 팻말이 박혀 있는 모습. 부안=윤현종 기자


위성사진으로 본 격포리 123 농지 모습. 해안으로 내려가는 산책길이 나 있다. [카카오맵 캡처]

취재팀이 농지를 찾아가 봤더니 실제론 농지가 아니었다. 일부 농지는 펜션 주차장 부지로 사용됐고, 일부는 무질서하게 풀숲으로 방치됐다. 펜션 앞 2차선 해안도로만 건너면 밟을 수 있는 바닷가 옆 잡초밭도 최 의원 땅이다. 한가운데로 산책로가 나 있는 농지엔 '지질명소 적벽강'이라고 쓴 팻말이 박혀 있었다. 서류에만 밭이라고 기재된 땅에는 잡초만 무성했고, 적벽강이 손에 잡힐 듯 보일 뿐이었다.

최 의원이 1986년 매입한 변산면 격포리 106-6 농지의 모습. 부안=윤현종 기자

경사진 땅에 어림잡아도 2m가 넘는 풀이 빽빽한 곳도 있었다. 경작 흔적은 전혀 없었다. 야생 고사리를 캐러 여기까지 왔다는 여성은 "이곳이 정말 농사짓는 땅이었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김정룡 사무처장은 "우리 같은 일반 농민들은 농사지으려고 저런 곳(바다 풍경이 바로 보이는 해안길 옆)에 절대로 땅을 사지 않는다. 기계로도 쉽게 작업 못 하는 곳"이라고 했다. 밭농사 지으려면 나무를 심어 놓지 않는 한, 고추를 심거나 땅 정리가 필요한데, 트랙터로도 그런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 의원이 변산면 격포리 농지를 대량 매입하고 1년 뒤에, 이 일대는 개발이 결정됐다. 1987년 11월 당시 건설부는 '건설부 고시 제1987-600호'를 통해 격포리 일대를 '주거개발진흥지구'로 정했다. 개발구역 지정 후 구역 주변 땅값이 오르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 최 의원은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격포리 농지를 계속 샀다. 그는 이미 사들인 토지 바로 옆 땅에 눈독을 들였다. 1999년 7월 구입한 밭 두 필지는 1986년에 산 농지와 맞붙어 있다. 2014년 전북도의회 입성 뒤에도 농지 구입은 이어졌다. 2019년 12월 8,250만 원에 사들인 땅은 1999년 구입한 농지 바로 옆에 위치했다.

최 의원이 1999년 매입한 농지 바로 옆의 농지인 변산면 격포리 102-5 밭의 모습. 전북도의원 재임중인 2019년 12월 매입했다. 부안=윤현종 기자

최 의원은 농지 매입 다섯 달 전인 2019년 7월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일 때 '바다모래 채취 전면 금지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는 바다를 파괴하고 어민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정부에 "바다모래 채취 신규 지정 절차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북 해수욕장 해안 침식 상태가 심각하다며 '변산면 모항해수욕장과 격포해수욕장 해안 침식 등급이 각각 C등급과 B등급으로 재해 발생 우려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소속 상임위와 직접 관련 없는 건의안에 앞장선 최 의원은 다섯 달 뒤 두 해수욕장과 차량으로 5~10분 거리의 밭을 샀다. 자신의 건의안대로 바다모래가 보존되면 해수욕장 기능이 유지돼 관광객이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최 의원이 사 놓은 농지 값어치도 덩달아 뛸 수 있다.

이처럼 그가 30여 년 동안 손에 넣은 변산면 일대 농지는 모두 22필지로 1만8,407㎡(5,580평) 규모다. 1986년 처음 구입한 논밭 가치는 현재 공시가격으로만 30배 이상 뛰었다. 부안읍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 의원이 소유한 농지를 포함한) 변산면 일대 농지는 새만금 개발 등으로 땅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현재는 매물이 별로 없다"며 "시세는 평당 100만~120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호가대로만 팔리면 22필지 매매로만 56억 원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의원이 2012년 5월 경매로 낙찰받은 부안군 행안면 삼간리 30 농지의 모습. 부안=윤현종 기자


군의원 시절 사들인 밭 한편엔 폐기물만

부안군의 길 없는 산 속을 헤치고 들어가면 나무가 빽빽한 '가짜 논'도 있었다. 최 의원이 지역단체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사들인 부안군 행안면 삼간리 농지다.

최 의원은 456㎡ 규모의 이 땅을 2012년 5월 7일 경매로 낙찰받아 한 달 후에 매입했다. 최 의원의 농지 취득 자격증명서 등에 따르면, 그는 '농업경영' 목적으로 땅을 취득했으며, 노동력 확보 방안은 '자기 노동력'으로 썼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해본 결과 농지로 들어가는 길부터가 장애물 투성이였고, 제대로 된 농로도 없었다. 최 의원이 경매로 낙찰받기 6개월 전에 작성된 감정평가서를 보면 삼간리 논은 "부정형 완경사지이며 현재 임야 상태"라고 돼있다. 결국 그는 서류상으로만 논으로 기재된 임야를, 경매를 통해 사들여 농지 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셈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취득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처분 명령 및 이행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지만, 최 의원 땅에는 부과된 적이 없다.

최 의원이 부안군의원 시절이던 2003년 9월 22일 매입한 하서면 장신리911, 911-2, 906 농지 모습. 부안=윤현종 기자

매입 시점이 수상한 농지는 또 있다. 2003년 9월 22일 매입한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3개 필지 8,814㎡(2,700평)는 부안신재생에너지단지와 5.4㎞ 떨어져 있다.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조성사업 타당성 재검증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사업은 최 의원이 땅을 사기 한 달 전인 2003년 8월 지식경제부가 조성계획을 확정하면서 본격화했다. 보고서에는 "본 사업은 2003년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선정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추진돼, 사업비의 구체적 내용 없이 부안군 하서면 일원 20만 평, 1,200억 원 규모로 연구, 발전(發電) 및 관광시설을 개발할 것으로 계획됨"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부안군의원이었던 최 의원은 정부가 의사 결정을 내린 지 한 달 뒤 사업 예정부지와 직통하는 도로 옆 2,700평 밭을 산 셈이다. 그는 이후 사업에 계속 관심을 보였다. 부안군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2005년 5월 20일 그는 군정 질문을 통해 "본 의원이 예산을 심의할 때 분명히 경제산림과에 총액 예산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단지 조성 추진을 위한 여비라 그렇게 알고 있다"며 "각 예산 항목을 목적 외로 집행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의원이 된 후에도 그는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최 의원은 지난해 10월 도정 질문에서 "10년간 끌어온 (신재생에너지단지의) 미분양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며 전북도의 분발을 촉구했다.

최 의원이 부안군의원 시절이던 2003년 9월 22일 매입한 하서면 장신리911, 911-2, 906 농지 모습. 부안=윤현종 기자

최 의원이 18년 전에 사 놓은 이 밭들 역시 잡풀만 무성했다. 한편엔 폐기물이 버려진 모습도 보였다. 농업 취득 자격증명서 및 농업경영계획서는 문서 보존기간이 지나서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최 의원 "옛날엔 경작했지만, 물 공급 안 돼서"

한국일보는 지난달 29일 최 의원에게 서면 질의를 보내 농지 취득 경위와 현재 사용 상태, 향후 사용 계획 등에 대한 답신을 받았다. 부안군 변산·하서·행안면 농지의 경우 "1980년대에 구입했고, 일부는 인접 토지로서 2011년, 2015년, 2020년 1건 등으로, 판다고(매각) 할 때 효용을 높이기 위해 구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농지를 어떻게 이용 중이냐는 질문엔 "직접 영농할 수 없어 임대해 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달랐다. 변산면 사무소 관계자는 "(최 의원 소유 격포리 농지인) 106-6, 123, 137번지의 경우 임대를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3개 필지 넓이만 합쳐도 5,349㎡(약 1,621평)으로, 육안으로 봐도 모두 황무지였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일부 임대를 하고 있지만, 농지에 도로가 나면서 농사짓기 어려운 부분이 발생한 곳이 있다. 물 공급이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해명했다.

부안군 행안면과 하서면 농지도 마찬가지였다. 최 의원은 서면으로 '임대 중'이라고 알려왔지만, 면사무소 대답은 '자경'(스스로 경작)으로 정반대였다. 최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처음엔 "개인 간 임대를 주고 있다"고 했다. 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임대차 계약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그런데 지금 제대로 농사를 못 한다. 옛날엔 농사를 지었지만 물 공급이 원활치 않아 농사를 못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 농지를 어떻게 이용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를 그만둘 때 직접 영농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 공직자 개인별 상세내용은 <농지에 빠진 공복들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farmmap/> 참고

부안=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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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에 빠진 공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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